결국 사막의 도시, 머나먼 오지에서 국산 라면과 고추장을 찾아내어, 어딘가 뭐라도 비슷할 수도 있는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외로움과 서러운 감정을 달래보려 하지만, 헛헛함이 사라지지 않을 때.
향수병일까?
백투더 퓨쳐나 시간여행을 주제로 하는 영화에서 나라는 존재가 불안에 처할 때, 내 존재가 사라질 위험에 처할 때 예전에 찍었던 사진 속 내 모습이 희뿌옇게 보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당신의 뿌리가 사라져간다.
음식과 정신적 뿌리와의 관계는 뭘까?
음식이 정신적인, 심리적 안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맛이나 재료의 뛰어남이나, 조리법이나 영양적 완성도를 떠나,
한 인간을 채워주는 정신적 뿌리를 상징한다.
왜 그 시절에 먹던 음식 재현 행사 같은 걸 하는 것일까.
6.25시절의 음식 만들어 먹기 같은 행사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실상 영양가 없는 어려운 시절의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것일까?
음식에 대한 기억은 인간 삶의 어느 심리를 채워주는 것일까?
고향 음식의 냄새를 맡고 혀로 맛보며 위장의 평화와 정신적 안정을 얻는 그 과정의 비밀은 뭘까.
예전 그 시절의 음식을 맛보고 왜 난데없이 힘이 나는 것일까?
그 음식이 근손실을 막아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마음이 답답했다.
나는 왜 이 땅에서 혼자 너구리와 신라면을 끓여먹고 있는 것일까?
어묵도 파도 없는 밍밍한 고추장 국물에 떠 있는 떡을 포크로 건져 먹는다.
먹지도 않을 쌈장은 왜 샀을까?
한국에서도 먹지도 않던, 돈도 지지리 없는 상황에서 뭐하러 네 배나 넘는 가격을 주고 아시아마트에서 사온 것일까?
하지만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감정의 허기진 주머니가 위장과 뇌를 오가며 칭얼댄다.
이 아이를 무엇으로 어떻게 달래야 할까?
장기 해외여행 중 한 번도 한국 음식을 그리워해본 적 없던
여행 중에는 한국인이라면 말 섞기도 피하던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왔던
그런 내 자신이
말끝마다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이렇게 한다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의 끝에 와 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할까.
모국에서 평생 불시착한 이방인처럼 겉돌며 살아왔는데
아무리 발버둥쳐도 한국인 일수 밖에 없는 지구의 끝에 도착했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사라진 지독히 먼 곳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