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이 곳은 아주 캄캄해요. 나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지만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요. 내가 있는 공간이 무슨 색인지,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이 나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것을 알아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삶이라는 것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 느끼는 이 평안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곳에서 노랫소리를 자주 들어요. 그 노랫소리는 가끔 내 온몸을 돌고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해요.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나도 그 노래를 알아요. 그래서 자주 같이 흥얼거리죠. 가끔 내가 노래를 따라 부를 때면 밖에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곤 해요. 나는 그 웃음 소리가 좋아서 더 자주 노래를 하고 있어요.
어느 날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나는 누구일까? 내가 부르는 이 노래는 어떤 의미일까?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시간이 갈수록 궁금증이 점점 커졌어요.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전보다 많이 자유로워짐을 느꼈어요. 이제 이 천국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그래요. 밖으로 나가서 엄마의 얼굴도 보고 함께 신나게 노래도 할 거예요.
"엄마! 엄마! 이제 나 밖으로 나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