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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얀 Nov 13. 2018

세줄일기, 좋은 일상을 만드는 방법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시대,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을 연구합니다” 제현주, 금정연  작가가 진행하는 “일상기술연구소"라는 팟캐스트의 캐치프레이즈다.


요즘 들어, 이 구절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명예나 당위성 같은 추상적인 가치를 좇는 것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재산 몇십억을 모으는 것은 걍팍하게 느껴진다. 버킷리스트는 가끔 그 숫자만 세도 지쳐버린다. 미래의 안정은 막연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천하면 좋은 일상을 만들 수 있을까? 앞서 소개한 팟캐스트에서는 돈 관리하기, 체력 등 실질적이고 다양한 기술에 대해 논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작은 성취와 행복을 기억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다"라고 심리학과 교수인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소개한다. 큰 기쁨을 한달에 한 번 느끼기보다는 작은 기쁨을 하루에 한 번 느끼는 편이 더 행복하다는 논리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순간을 느끼고, 기억할 수 있을까? 사람들마다 기쁨을 느끼는 구석과, 이를 기억하는 방식은 매우 개인적일 수 있다. 예컨데 임경선 작가는 이런 순간들을 “기쁨을 느끼는 순간 행복하다, 라고 뜬금없이 트위터에 남긴다 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아이가 살갑고 다정하게 대하는 순간이 그 예시라 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세줄 일기’다. 매일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한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구글 설문 형태기 때문에, 차곡차곡 엑셀로 그 결과가 쌓인다. 매일 이 결과를 쓰기 위해 좋았던 일들을 카톡에 짧게 기록하거나, 그 순간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는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글로 남긴다. 그리고 일주일, 한 달 단위로 가끔 이를 적어놓은 답변을 되새기곤 한다.


10월 중순부터 약 40일간 답변이 쌓였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적어놓은 것들은 매우 구체적인 일화들이었다. 며칠간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그리고 낙엽을 밟는 순간이라 적었다. 남편과 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자주 꼽았더라. 비가 왔던 일요일에는 가만히 조용한 피아노곡을 들으며 에세이를 읽는 순간이라 썼다. 야근이 연달아 이어졌던 날에는 그저 이 일기를 쓰는 게 조금 사람답게 느껴지는 일이라 썼다.


이렇게 글로 남기기 위해, 어떻게든 작은 기쁨과 성취라도 새기려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기왕이면, 작은 감각까지 하나하나 적게 된다. 예를 들면 그냥 낙엽을 밟는 산책이 아니라, 신발에 닿아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소리라고 적어놓는다.  나중에 이 문장들을 복기하면, 행복했던 순간이 더 생생하게 기억날테니.


이렇게 우리가 기억하고, 염두에 둘 수 있는 건 가깝고 작은 일화들이다. 미래의 행복은 멀지만, 일주일간 느꼈던 작은 기쁨은 더 생생해질테니.


+ 혼자 쓰는게 아니라, 같이 쓰는 세줄일기에 참여중입니다. 다른 분들의 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더 알아보고 싶다면: https://brunch.co.kr/@reading15m/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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