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을 읽고,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구획을 나누어 꾸려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 일의 종류(집안일, 봉사, 학습, 돈 버는 일 등)의 비중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20살, 교대 다닐 때부터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동네 학원에서 영어 가르치고, 과외 꾸준히 하면서 돈을 벌었다. 가르치는 재능을 활용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한 셈이다. 그 '다른 일'이라고 하면 당시에는 성악 레슨, 스피치 수업, 운동 같은 것들이었다. 내가 가진 한정된 돈을 레슨비로 내면서 어떤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왜냐하면, 본능적으로 매일 학교에 가서 아이들만 가르칠 수는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9시부터 1시나 2시쯤까지 학생들을 만나고, 학생들이 하교한 뒤부터 퇴근까지는 또 다른 업무를 해야 한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 말고 학교에 남아있어야 하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됐다. '재택으로 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는데, 보수적인 공교육 환경에서는 당분간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다. 매일 같은 곳에 반복적으로 가야 하는 게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고, 좀 더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스무 살 때부터 한 것이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합창단 활동을 했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너무 반대하셔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돈이 많이 드니까. 하지만 접은 척했을 뿐이었다. 교대에 입학하면 심화 전공으로 음악 교육을 선택할 경우 성악 레슨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교대에 입학했다.
교대를 다니면서 학기 중에 주 1회 30분씩 성악을 꾸준히 배웠고, 4년을 연습한 결과, 교대를 졸업하고 동덕여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입시가 가까워지면서 반주비, 레슨비 등 돈이 엄청 많이 들었는데, 꾸준히 과외를 했기 때문에 부모님 도움 없이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다. 이 경험 덕분에 원하는 삶을 살려면 '돈'이 필요하구나 하고 마음속에 깊이 새기게 되었다. 동덕여대에 들어갔지만 과외는 주로 전주에서 했기 때문에 서울이랑 전주를 오가며 생활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생활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새벽에 일어나서 서울 가는 버스 타고 도착하자마자 학교 가서 교수님이랑 레슨을 받았던 것 말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았던 음대생의 생활은 얼마 못가서 마무리 되었다. 성악과에 자퇴를 한 것인데, 사실 그 이유는 가족들의 반응이 결정적이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일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성악과에 자퇴한 그 해에 수능을 다시 봐서 이화여대에 입학하였다. 동덕여대를 다니면서 경영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일단 교육이 아닌 원하는 타전공을 직접 수강신청을 통해 들은 것이 충격적이었다. (교대는 보통 시간표가 주어진다.) 내가 무엇을 진로로 삼고 앞으로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하기 위해서 다른 전공들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종합대학인 이화여대에 입학하였다.
어느새 이화여대 학생이 된 지도 3년이 다 돼간다. 이번 학기 마치면 세 번째로 진학한 대학도 졸업하게 된다. 이화여대에서 뭘 배웠고, 어떤 경험을 했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과정들을 앞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프리랜서로서 살아가는 방식도 나누면서, 다른 프리랜서들(코끼리와 벼룩에 따르면, 벼룩들)하고도 소통하며 삶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싶다.
+나의 요즘 포트폴리오
앞으로의 포트폴리오에는 집안일, 환경 관련 커뮤니티 참석의 비중을 늘리고자 한다. 20대 후반으로 다가가면서 안전하고 독립적인 공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나의 공간을 정돈하고 가꾸는 일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많은 청년들이 전세 사기 등에 대한 거주 공간에 대한 불안감이 높고, 높은 월세비로 고통받고 있는데, 필자 역시 그 문제에 속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나의 공간(집), 우리의 공간(환경)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