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허생전이 지루하다고요? 케이팝이 있잖아요. 열공 분위기로 변신시키는 우리의 케이팝! 이번에는 칼군무가 인상적인 보이그룹 인피니트를 허생전의 소설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허생은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람도 없고 해서, 곧바로 번화한 운종가로 나아가 시장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양에서 누가 가장 부자입니까?”
변 씨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허생은 드디어 그 집을 찾아갔다. 허생은 변 씨를 만나 길게 읍을 하고는,
“내가 집이 가난하여 조그마한 것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 있으니, 그대에게 돈 만 금을 빌릴까 하오.”
(허생의 말 같지 않은 말을 들은 변 씨 반응 함 보소.)
변 씨는 “그러시오.” 하고는 그 자리에서 만 금을 내주었다.
(거금 일만 금을 받은 허생의 행동 좀 보소.)
허생은 끝내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나가 버렸다.
(역시 고수들은 몇 수 앞을 내다보는군. 그러나 변 씨 집 하수들 사이에선 난리가 났다.)
변 씨 집의 자제들과 와 있던 손님들이 허생의 몰골을 보니, 이건 영락없는 비렁뱅이였다. 허리를 두른 실띠는 술이 빠졌고, 갖신의 뒤축은 자빠졌으며, 갓은 찌그러지고 도포는 그을려 행색이 꾀죄죄한 데다가, 코에서는 맑은 콧물이 줄줄 흘렀다. 허생이 가고 나자 모두 대경실색하여 물었다.
“대인께선 저이를 아십니까?”
“모른다네.”
“아니, 지금 평생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만 금의 돈을 함부로 던져 버리시고도 그 이름조차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이게 무슨 영문입니까?”
“자네들이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네. 무릇 남에게 무얼 빌리러 오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생각과 뜻을 대단히 떠벌리고 자신의 신의를 먼저 보이려고 자랑하지만, 안색은 부끄러움에 비굴하고 말은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라네. 그런데 그 손님은 비록 행색은 꾀죄죄하나, 하는 말은 간단하고 눈빛은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으니, 필시 재물을 가지고 만족하는 그런 속물은 아닐 것이네. 그가 시험해 보자는 것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역시 손님에게 시험해 보려는 것이 있네. 주지 않으려면 그만이겠지만 이미 만 금을 주었는데 성명은 물어서 무엇하겠는가?”
한편 만 금을 빌린 허생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길로 바로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가 거기에 머물며 거처를 마련하였다. 안성 지방이 경기도와 충청도의 경계이고, 삼남 지방의 길목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 밤, 감, 배, 석류, 귤, 유자 등의 과일들을 모두 시세의 곱절 가격으로 모조리 사들였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허생이 과일을 사재기하는 바람에 나라 안에서는 연회를 열거나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 얼마 지나자 허생에게 곱절의 가격으로 팔았던 장사치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가격으로 되사 가게 되었다. 허생이 한숨을 쉬며 탄식하였다.
“겨우 만 금으로 한 나라를 휘청하게 만들었으니, 나라의 경제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호, 한 방 블루스! 단박에 열 배의 돈을 벌었네.)
허생은 다시 칼, 호미, 베, 명주, 솜을 사 가지고 제주도로 들어가서 그곳의 말총을 다 거두어들였다.
“몇 해가 지나면 나라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
(허생의 장담이 현실로 나타난다.)
과연 얼마 있다가 망건 값이 열 배로 치솟았다.
- 박지원, ‘허생전’에서
Betting on you! 변 씨, “허생 그대에게 걸겠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박지원의 ‘허생전’이다. 주인공 허생의 행적을 통해 당대 조선 사회를 비판한 작품이다. 위 지문은 만 금으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작은, 조선의 경제 규모와 유통 구조의 취약성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값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과일, 말총을 사들일 정도로 제사나 의관 등의 예법에 집착하고 허례허식에 빠져 있는 사대부들을 비판하고 있다. 실학자 연암 선생의 눈에 비친 당시 조선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한심스러웠을까?
그래서 시대의 영웅 허생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하였으니, 분문에도 나와 있듯이 아주 비범한 인물이다. 그러나 허생을 알아본 대범한 안목의 소유자가 있었으니 바로 변 씨이더라. 문간방에 있는 어중이떠중이 손님들은 허생을 거지라고 판단했지만, 변 씨만은 식견이 보통이 아닌지라 허생의 내면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그리하여 곧장 이 말 한마디를 던졌던 것이다.
장안의 부호 변 씨는 전형적인 장사꾼이 아닌가. 절대 공짜는 없다. 비범한 선비, 허생에게 투자하면 거금을 벌 수 있다는 결심이 서지 않고서 어찌 선뜻 만 금을 생면부지의 초라한 사나이에게 줄 수 있단 말인가. 허생이 능력자인지 한번 시험해 보자고 배팅을 했는데 결과는 초대박! 역시 조선 최고의 갑부 변승업의 할아버지답다.
당시 만 금의 가치를 조선의 책벌레 중 한 사람인 유만주(일기를 쓰다 1, 2)가 쓴 책을 참고하면,
20칸 기준 기와집 한 채가 400금 정도이고 5칸 기준 초가집 한 채가 50금이라고 하니, 얼추 계산해보면 30평대 강남 아파트 25채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 하, 입이 쩍 벌어진다.
Betting on you
Betting on you
다시 차가워진 눈빛 날카로운 네 혀끝이
날 파고들어 제발 멈춰줘
더는 견딜 수 없어
날 가진 것처럼 다가와 날 감싸 안는 너
넌 마치 꿈인 듯이 그대로 사라져
닿을 새도 없이 네게 사로잡혀
난 두려워 망가질 내가
날 흔들고 돌아서겠지만
Betting on you
Betting on you
Betting on you
절대 그대론 못 보내 너
(중략)
자꾸 엇나가 손끝을 스쳐가듯
또 보일 듯 말 듯 해
너란 대답이
이젠 돌아설 수 없어
나도 날 못 멈춰
네게 걸게
(중략)
Bad Bad Bad Bet a bad bad girl
Bad Bad Bad Bet a bad bad girl
Bad Bad Bad Bet a bad bad girl
날 한없이 긴장시켜 넌
- 인피니트, ‘BAD’
Betting on you! 인피니트, “BAD girl 네게 걸게”
이것은 나무위키의 설명을 참고해야 해.
그룹명 인피니트(INFINITE)는 ‘무한한, 한계가 없는’의 뜻으로, 2010년에 데뷔한 6인조 아이돌 보이그룹이다. 멤버마다 목소리가 특색이 뚜렷하여 외모가 헷갈릴지언정 목소리로는 헷갈릴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성, 그리고 칼군무로 무장한 그룹으로 칼군무의 개념을 국내 최초로 세웠다. 로봇처럼 똑 부러지는 안무 동작은 감탄사 연발이다. 대중에겐 인피니트 최고의 히트곡인 ‘내꺼 하자’가 유명하다. 후렴구의 “내꺼 하~자” 멜로디, 그 뒤 가사 “내가 널 사랑해 어?”에서 손을 내미는 안무가 당시 소녀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2015년 ‘Bad’가 나왔다. ‘Bad’와 ‘Bat’가 같은 발음을 낸다는 것을 이용해 나쁜 여자에게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가사 내용이다. 드라마틱한 요소에 착한 남자는 나쁜 여자에게, 착한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는 것이 있다. 뭐 꼭 그걸 차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데 노랫말을 보면, 또 묘하게 그런 요소가 있기는 하다. “난 두려워 망가질 내가
날 흔들고 돌아서겠지만” 어찌어찌하여 그만 나쁜 여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좀 걱정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Betting on you” 그렇다. 한없이 날 긴장시키는 널 포기 못 해. “그래 이젠 돌아설 수 없어 나도 날 못 멈춰 네게 걸게”
변 씨는 확실한 투자 안목으로 허생에게 베팅했지만, 인피니트는 단지 첫눈에 끌리는 그 이성의 매력에 반해 베드걸에게 베팅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곳곳에서 불안한 정서를 표출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해서, 나 스스로 원해서 바치는 내 사랑은 상대가 팜므파탈이든 그곳이 연옥불이 활활 타는 곳이든 무슨 상관있으랴? 청춘은 아름답고 사랑은 고귀한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