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노트사이
불쑥 던지는 근황 소식 하나.
주 1회 일본어 책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비슷한 패턴이라고 해도 일상적으로 일본어를 사용했던 때와 다르게 회사를 그만두면서 본의 아니게 일본어가 봉인되었다. 모국어도 그렇지만 언어란 생물 같아서 사용하지 않으면 고여 썩곤 한다. 부패 속도의 빠름에 놀라 이런저런 곳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다른 일본어 책 읽기 모임에 운 좋게 참여하게 되었다. 이 모임은 매주 다른 작가의 책을 발췌해서 간단히 읽어 보고 한 가지 일상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도 나누는 자리이다. 여담이지만 하늘이 보이는 지하 공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깜짝 놀랐다. 스스로 이곳에 도달한 나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이번 주 주제는 사라져 가는 기록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본에서는 오는 11월 18일 goo의 블로그 서비스가 중단된다. 라인도 야후재팬도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한 지 오래이다. 그런 선상에서 본다면 한국의 블로그도 또는 이 브런치도 언젠가 사라질 기록일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으로 이메일을 만들었던 야후코리아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했을 때 느낀 생경한 황당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처음에만 당혹스러웠을 뿐 싸이월드도 카카오스토리도 그렇게 소멸되어 갔다.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형태를 띤 물건도 보이지 않는 기억도 인터넷상의 기록들도 결국은 사라지고 만다.
한참 저작권의 개념도 없이 마구 CD를 구워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돈을 내고 음원을 사는 시대의 등장은 한껏 저항감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그 모든 저항감을 익숙함으로 돌려놓았다. 이제는 돈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한없이 자연스러워졌다.
일본도 브런치와 같은 note라는 플랫폼이 있다.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크리에이터의 문장이나 사진, 동영상, 음원 등을 투고하고 유저가 그 콘텐츠를 즐기고 응원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다. 브런치와 동일하게 좋아요와 구독, 응원하기 기능이 있다.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은 유료화할 수도 있고 금액을 정할 수도 있다. 요즘 브런치를 보면 note가 머리에 스친다. 결국 유료화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수수료 관련의 기업존폐의 문제도 뒤섞여 있겠다. 정보자체가 점점 유료화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매체에 한 자 한 자 적어간다는 것이 나에게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는 작업일 것이다. 시대에 대한 저항감과 아쉬움은 일단 주머니에 넣어 두고 그저 한 글자씩 써나가 보기로 한다. 사라진다고 할지언정 지금 잊히지 않는 이야기를 써보자 싶다.
그러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헤어진 모습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