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눈이 부셔

가게 주인과 킬러 사이

by 완자

귀를 뚫었다.


올해 깃발을 올린 '막힌 귀를 뚫어보자' 프로젝트. 야심 차게 깃발은 올렸으나 계속 뒤로 밀리고 밀림을 거듭하여 벌써 10월. 그것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귀를 뚫기에 적합한 날씨를 맞이하여 길 모퉁이에 있던 처음 보는 가게에 훅 들어갔다. 어쩌면 약 2시간 전 '캥거루날씨'를 읽고 난 후 감화되어 오늘이 바로 그 날씨라며 홀리듯 가게 문을 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하철 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꺾으면 오늘 목표로 한 빵집이 나온다. 길고 긴 줄을 보니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우선 다른 곳을 구경해 보기로 했다. 한층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며 좀 더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골목 안에는 새롭게 생기고 또 새롭게 생길 상점들로 가득했다. 그러다 마주한 ‘귀 예쁘게 뚫어 드립니다.'라는 문구. 무려 3개 국어로 쓰여있었다. 스스로 '예쁘게'라며 허들을 올린 곳의 실력이 궁금하여 슬쩍 들어가 보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가게 안에 있는 반짝이는 아이들을 통해 주인의 취향이 나와 맞는지도 확인해 볼 겸.

가격표는 모두 밑을 보고 있어 확인이 어려웠다. 세, 네 개 정도 사고 싶은 물건들을 보고 또 보며 주인의 취향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음은 귀를 뚫는 실력. 그녀는 마스크를 하고 설명할 수 없는 눈동자 색깔을 하고 있었다. 군더더기라고는 1미리도 없는 단호한 설명과 말투는 나에게 큰 믿음을 주었다. 무언가에 홀리듯 의자에 앉자 귀를 뚫는 용도의 귀걸이를 갖다 대고는 무심하게 툭툭 누르기를 한 후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 과정이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고 느꼈다.


'끝났다고요?'

오른쪽은 그래도 살짝 따끔하는 감각이 있었지만 왼쪽은 아무 느낌도 없이 모든 과정이 완료되었다. 거울을 보니 양쪽 귀에 반짝이는 귀걸이가 보란 듯이 나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짧았는지 “소독은 안 하나요?”라고 물을 시간조차 없었다.


나는 그녀가 킬러임을 확신했다.


얼떨떨한 기분 속에서 열심히 쇼핑에 집중해 보았다. 뚫는 용 귀걸이는 1주일 후 바꿔주라고 그녀가 말했으므로. 이것저것 거울을 통해 귀에 대보고 한껏 즐거워며 최종 후보를 몇 개 골라 가격을 확인했다. 귀를 뚫는 시간보다 빠른 속도로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 어떤 스킬은 없지만 속도로만 본다면 나도 충분히 킬러가 될 법했다.


그녀의 차디찬 손가락 감촉이 아직도 귀에서 재생된다. 나는 그녀가 아무도 모르게 독이 묻은 침으로 이상한 인간들을 처치하며 이곳저곳을 다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니, 이미 처치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응원을 보낸다. 마스크를 했던 것은 자신을 감추기 위한 장치이며 다음 타깃을 기다리는 동안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평화롭게 귀를 뚫고 있는 그녀의 알 수 없는 색 눈동자에 간빠-이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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