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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금태 May 20. 2021

잠도 오지 않는 밤에(7-1)

사운드바운드와 나 Part 1

이 글은 공연 기획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페스티벌 사운드바운드에 대한 2016년, 5월의 기억입니다.




사운드 바운드 In 부평 애스컴을 준비하며_ 첫 번째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도시가 커지고 아파트들이 대단지로 들어서며 시내와 동네의 경계가 희미해진 그때부터 난 작은 동네를 동경했다. 그냥 집 앞을 나서면 세탁소가 있고, 정육점이 있고, 구멍가게, 철물점이 있는 그런 동네를 말이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지지고 볶고 작당하여 마을 축제도 만들고 일도 벌이고 서로 낄낄대며 추억을 쌓아가는 어린 시절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그런 동네를 꿈꿨다.


2월 어느 날, 회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사운드 바운드 페스티벌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부평을 찾았다. 퇴근길 정체로 인해 부평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과거 미군 부대가 주둔하던 시절, 이 골목에 20여 개의 음악 클럽들이 있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간간히 조명이 길을 밝혀 주는 골목길을 걸었다. 예전 사진들과 현재의 골목 풍경을 비교해가며 들뜬 목소리로 앞으로 만들 축제에 대해 설명을 하는 대표님을 보니 그 설렘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기분이 들었다.



부평 문화재단의 조윤정씨 소개로 부평 공원 내 위치한 카페 61 파크 에비뉴의 이연옥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연옥 선생님을 통해 우리는 예전에 신촌이라 불린 이 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군 부대(ASCOM)가 주둔하며, 이 지역은 기지촌이 형성되었다. 미군을 상대로 하는 음악 클럽 등 유흥 업소가 성행했고, 또 그들을 상대로 달러를 벌기 위해 젊은 여자들이 모여들었다.

미군을 상대로 한 그녀들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포주에게 예속되어 그들에게 번 돈을 상납하고 생계까지 이끌어가야 했기에, 생활은 빈곤하였다. 미군과의 국제결혼을 꿈꿨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버림받았고, 둘 사이에 생긴 혼혈아들은 또 다른 사회의 아픔을 낳았다.

당시 하루살이의 버거움 때문이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지촌 여성들이 많았다고 한다. 골목에서 진행된 집단 장례식은 세상을 향한 그녀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었는지 모른다.

난 최신 미국 대중음악이 울려 퍼지고 향락을 찾아 모인 사람들의 웃음과 유흥이 밤이 새도록 끊이지 않았던 이 골목에 그런 슬픈 이면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연옥 선생님에게 사운드 바운드 행사 취지나 장소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드린 후 카페를 나와 다시금 그 골목을 걸어 보았다. 좁다란 골목 깊은 곳 어둠을 바라보며 문득 내가 막연하게 그리워한 작은 동네를 떠올렸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작당모의하여 일을 벌이는 것, 모두가 하나 되는 마을 축제를 만드는 것. 이 동네에, 이 골목에 묻힌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골목 속 어둠을 바라보며, 이번 사운드 바운드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한 부평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졌다.


마음이 분주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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