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진자, 너의 의미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니ㄲㅏ?
우한 폐렴은 전염력이 강하다.
증상이 없는 사람이 전염시킬 수 있다.
이 한 문장이 굉장히 큰 파급력을 지닌다.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람이 감염되고 무증상자로써 잠복기 동안 주변인에게 전염시키는 기간이 대략 2주. 그리고 상태가 심각해져서 진단받을때까지 대략 1주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에도 감염자가 또 감염자를 낳고 또 그 감염자가 다른 감염자를 만든다...그래서 한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자체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 어떤 사연을 지닌 ㄱ씨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보도록 하겠다.
38세의 한 회사원 ㄱ씨는 오늘도 지옥철을 타고 출근한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회사에 도착하면 벌써 기운이 쪽 빠진다.
이 사람은 미스테리한 경로를 통해 감염자가 되었다. 지하철이었을까, 편의점이었을까, 어제 여자친구랑 갔던 모텔이었으까, 길거리에서 사먹었던 오뎅을 찍어먹던 간장이었을까.
이제와서 그런건 알 수 없다.
어느 날, ㄱ씨는 슬슬 열이나기 시작한다.
ㄱ씨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생각하며 헬스장에 가서 닭가슴살을 먹었다.
뒷날 살짝 두통이 일었지만 타이레놀을 먹으며 '오늘은 조금 피곤하군'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는 사이에도 ㄱ씨는 동료들을 모으고 있다.
물론, 지하철에서 ㄱ씨가 재채기 한 후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자 눈살을 찌푸리던 ㄴ씨,
ㄱ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식객 친구인 ㄷ씨,
ㄱ씨가 뒤적거린 김치를 재활용한 김밥ㅇㅇ에서 김치를 먹은ㄹ씨 등등이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ㄴ씨와 ㄷ씨와 ㄹ씨도 최선을 다해서 원조가 되고자 한다는 점.
어느 날,
ㄱ씨가 몸살이 나서 일할 기운이 없다고 말하자, ㄱ씨의 상사인 ㅍ부장은
“왜? 책상 빼고 싶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ㄱ씨는
“아, 하나도 안아프네요. 오늘도 열심히! 아자아자!”
라고 답했다.
그렇게 ㄱ씨는 약간 머리가 아픈채로 일주일을 더 생활했다. ㅍ부장도 ㄱ씨 덕분에 우한폐렴의 세계로 입문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자.
어느 평화로운 오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눈깔이 빠지게 모니터를 쳐다보던 ㄱ씨는 눈앞에 캄캄해지면서 잠깐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회사에서 구급차를 불러준 것이다. 병원의 의사는
“아니, 일을 너무 열심히 하셔서 그래요. 푹 쉬세요.”
ㄱ씨가 그 말을 듣고 침울해져서
“…하지만..”
라고 답하자 의사는
“아, 진단서가 필요하시군요! 과로로 인한 번아웃이니까, 1주일 동안 휴식이 필요하다고 써줄게요. 괜찮죠?”
라고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 코로나 어쩌고 저쩌고 하던데요..?유튜브 영상도 나돌고…저 괜찮은 건가요?왠지 겁이 나서…”
“아? 그거 호들갑 떠는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짜뉴스 퍼뜨리는 거에요. 에휴. 선동을 잘 당하시는거 아니에요? 너무 걱정이 많으면 그 인생 피곤해~ 괜찮아 괜찮아~
그런거 일일이 신경쓰면 인생 어떻게 삽니까? 교통사고 무서워서 차 안타게요? 하하하”
라며 따뜻한 위안을 건네주었다. ㄱ씨는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느끼며 병원을 나섰다.
그 의사의 운명도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4일 후, ㄱ씨는 회사에서 다시금 쓰러졌다.
그로부터 3일 후에 ㄱ씨는 슈퍼 전파자로 설정되었다. ㄱ씨는 환자가 된 기억밖에 없지만 연쇄살인범 취급을 받으며 모든 사생활이 노출되었다. 숨겨왔던 사내연애도 들켰으며 여자친구도 격리대상자가 되어서 신상이 털렸다.
핸드폰도 빼앗기는 바람에 애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했다.
질병본부는 ㅇㅇ시에 확진자가 1명 발생했다고 발표했고, 사람들은 확진자가 아직 '1명'이니 안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ㄱ씨의 의지를 이은 ㄴ씨, ㄷ씨, ㄹ씨, ㅍ부장, 의사 등등은 무증상자로써 아무런 자각도 없이 새로운 ㄱ씨를 생산중이다.
코로나 히어로의 정점을 찍기 위한 정상결전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