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복고, 감성'의 아날로그로 고객을 다독이다.
“오늘도 저희 쿠팡을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를 포함한 1300여 명의 전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직접 보낸 손편지의 서두이다. 온라인 쇼핑 서비스 업체 쿠팡의 이야기다. 일주일에 다섯 통씩 손편지로 상품에 대한 설명, 시 속의 한 구절 등을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여 고객과 직접 교류할 기회가 적은 서비스 특성상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과 친근감을 높이고 있다. 편지를 받은 고객들이 공개하는 감동의 손편지에 다른 사람들도 쿠팡의 감성에 호감을 갖게 된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온라인상의 느슨한 관계의 인맥을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작 현실 세계에서는 더 깊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못한 채. 연결과 채팅은 너무 많고 진짜 대화와 관계는 너무 적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은 점점 소외되고 지쳐 가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기업들이 그들의 지친 고객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아날로그'의 마케팅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아날로그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디지털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아날로그로 회귀를 독려하는 방법이다.
일과를 마치고 지인들과 맥주한잔 하는 시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쉼 없이 스마트폰으로 다른 일에 한눈을 파는 이상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네델란드 맥주브랜드 Amstel은 스마트폰을 보관하면 맥주 한 병을 공짜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고객들에게 스마트폰의 세상보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맥주를 나누며 진짜 대화를 나누는 즐거운 체험을 제안한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페이스북으로부터 탈출을 돕는 ‘99일의 자유(http://99daysoffreedom.com)’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페이스북을 그만하는 것은 담배, 알코올을 중단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한다. 캠페인에 참가한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서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99일이 행복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보고서를 받아 공유하였다. 사람들을 페이스북의 중독에서 일상으로 돌려보내는 단절의 캠페인이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방과 후 학원과 스마트 기기에 눌려 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아날로그마케팅 노력들이 한 창이다. 어린이들이 또래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켈로그의 ‘토니 무작정 레이스’와 초등학교 4~6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달리기 수업을 통해 신체발달과 더불어 인성을 향상시키는 현대해상의 ‘소녀, 달리다’가 그것이다.
숨 가쁜 디지털 세상과의 단절을 중심으로 아날로그 마케팅을 진행 할 때는 한시적, 선택적으로 연결을 단절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복고를 활용한 아날로그 마케팅을 살펴보자.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시작된 복고의 열풍은 마케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날로그 복고 마케팅은 옛시절의 향수와 그리움의 감성으로 메마른 현대인의 정서와 고독감을 다독거려준다. 예전 분위기를 살린 다방과 옛날 교실을 그대로 재현한 떡볶이집, 복고형 실내포차 등 복고 테마의 외식 업체들의 성황은 다 이런 이유에서 이다. 이러한 옛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는 단순히 촌스럽다고 느낀 옛것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세련된 것으로 재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매 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모나미 153 한정판’. 기존 형태인 육각형의 모양은 유지하되 소재는 은색 금속으로 경제적이었던 교체형 볼펜심은 독일산 고급 잉크 금속 볼펜심으로 변경 적용해 1만개 한정으로 판매했다. 결과는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의 인기폭발이었다. 심지어 2만 원짜리의 한정판 제품은 15만원까지 웃돈이 붙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말 그대로 멋진 국민볼펜의 부활이었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중장년층과 세련된 복고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젊은 층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면 두 세대의 감성의 연결고리가 되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마지막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경제 불황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울함 그리고 갈수록 더해지는 디지털 세상에 대한 삭막함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위로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짧은 흥미만 찾는 디지털콘텐츠에 반(反)하여 더욱 감성적인 콘텐츠로 고객들을 위로하는 방법이다.
군입대를 앞둔 일반인을 모집해 입대 전 심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다가 불시에 가족들의 영상 메시지를 보여준다. 특히, 눈시울을 적시는 입대자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AIA 생명의 ‘청춘, 군대를 가다’이다. 대한민국의 20대 남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에 따뜻한 가족애의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엄마, 사랑해’ 평소같지 않은 자식들의 사랑표현에 “낮술 하셨어요?”, “군대가?”, “돈 필요해?”라는 반응에서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아이 러브 유”, “눈물난다” 등의 뭉클한 감성으로 지켜보는 사람도 눈물을 흘리게 한다. 바로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의 ‘엄마, 사랑해’ 캠페인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사람들을 공감으로 이끈 것이다.
‘육아 모든 게 행복한 동화는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하여 힘든 육아 속에서도 아기와의 행복한 기억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는 엄마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하기스의 엄마를 울린 감동카메라의 영상이다. 아기와의 추억이 담긴 화면을 접한 엄마들이 때론 울고 때론 웃는 감동 어린 모습을 감성적으로 담고 있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엄마와 아이의 옷깃에 장착되어 아이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모멘트캠’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였다. 아날로그의 감성은 디지털의 기술로 증폭되어 전달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5차례 서울과 에버랜드를 오가는 바쁜 일상 덕에 딸과 나들이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광역버스 기사, ‘나쁜아빠’. 대학생이 되어 이제는 아버지와의 나들이가 어색한 딸과 에버랜드를 찾아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는 이야기의 영상이 게시한지 20일 만에 누적 조회 3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에버랜드가 ’장미축제 30주년’을 맞아 에버랜드에서의 가족간 추억을 주제로 담은 감성 동영상이다. 에버랜드는 가족 간의 즐거웠던 나들이라는 아날로그적 추억을 통해 평소 잊고 지내기 쉬운 가족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은 오버하지 않고 진솔하게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언제나 그렇듯 감성은 솔직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활용 할 때는 ‘단절, 복고, 감성’의 요소를 실어야 한다. 그리고 아날로그가 다시 디지털을 대체한다는 생각의 접근은 좋지 않다. 이제 디지털에 아날로그의 체험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러한 아름다운 체험은 디지털의 장점을 통해 다시 확산됨을 기억하자.
* 이글은 'IBK가 만드는 중소기업 CEO REPORT' 6월호에 송고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