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에서 탈진실 시대 위기 대응법 -떠오르다8

나의 진실을 증명해 주는 공동체

by 박찬우

그리스 비극에 대한 글을 읽다 코러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ailcqzailcqzailc.png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처음 그리스 비극에는 배우가 혼자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 배우의 상대역을 맡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극 전반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코러스(Chorus)였습니다. 나중에 배우가 2명, 3명으로 늘어나면서도 코러스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코러스가 담당하는 역할이 컸기 때문입니다.


코러스는 해설자였습니다. 극의 흐름과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지금이야 음악이나 조명으로 표현하지만, 그 시절엔 코러스가 모든 분위기 표현의 대변자였습니다. 그리고 극 중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거나, 그리스 시민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코러스장을 두어 시민들의 우두머리, 민심의 대변자로 활용하기도 했지요.


코러스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주인공이 직접 말하면 믿기 어려운 것들을, 공동체의 목소리로 증언했습니다.


여기에서 문득 떠올랐습니다.


탈진실 시대, 가짜뉴스의 공격을 받는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식이 바로 코러스와 같지 않은가. 마침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2025년 가을, 백악관의 공격을 받은 타이레놀 이야기입니다.


타이레놀 먹지 마세요 Don’t take Tylenol


공격자는 인터넷 괴담이 아니었습니다. 경쟁 기업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백악관이었습니다.



9월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RFK Jr. HHS 장관, FDA 커미셔너가 루즈벨트 룸에 나란히 섰습니다. 행정부의 공식 문구는 "연관성을 시사하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달랐습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훨씬 강한 언어로 반복했습니다.


"타이레놀 먹지 마세요. 아이들한테도 주지 마세요."


복잡한 과학 논쟁이 단숨에 생활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습니다. 즉시 바이럴됐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그날 켄뷰 주가는 장중 6% 이상 하락했습니다. 타이레놀의 대안으로 소개된 동종요법 제품들이 커머스 플랫폼에서 품절되기 시작했습니다. 임신부 커뮤니티는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타이레놀은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했을까요.


불안의 유통 속도를 장악하는 경쟁


켄뷰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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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과학 연구 결과,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산부인과학회, 소아과학회, Society for Maternal-Fetal Medicine 등 수십 개 기관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국 산부인과 전문의 학회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임신 중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신뢰할 만한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팩트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반박문은 좀처럼 퍼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미 뉴스피드 상단을 장악했고, 웰니스 인플루언서들은 할인 코드를 달아 대안 제품 링크를 빠르게 뿌렸습니다. '홀리스틱 하이디', '오가닉 마인디드 맘' 같은 계정들이 에키나세아와 회향 씨앗이 든 '발열 억제 팅크처'를 추천하며 수십만 팔로워에게 공포를 증폭시켰습니다.


이것은 사실 여부의 경쟁이 아니었습니다. 불안을 누가 더 빠르게, 더 넓게 유통하느냐의 경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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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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