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을 오독한 모비우스의 두 번 실패-FanCase13

조롱도 팬심처럼 보인다 — 아이러닉 팬덤의 함정

by 박찬우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에 힘입어 '리바운드'가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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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쓴 뒤 '살인의 추억'이 극장으로 돌아왔고, '탑건: 매버릭'의 흥행 이후 36년 전 전작 '탑건'이 다시 관객을 만났듯, 하나의 성공작이 같은 창작자의 지난 필모그래피에 불을 지피는 건 이제 영화 산업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의 논리로는 이해되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전 영화 '리바운드'를 이미 관람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 재개봉이 옳은 결정인지 의아심이 들었습니다.

관람이라고 하기엔 저는 '리바운드'를 극장에서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중반부쯤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뭐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실화를 다루는 연출이 너무나도 촌스러워 더 이상 봐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재개봉이 장항준 감독에게도 좋은 선택일까 걱정이 되었죠. 안 그래도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의 요소를 감독의 연출력이라고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아닌 상황에서요.


그런데 팬심이 뜨겁다는 신호는, 정말로 관객이 극장에 다시 오고 싶다는 의미일까요? 재개봉의 근거가 된 그 반응들은, 진짜 수요였을까요? 그리고 그 신호를 읽는 기업은, 팬심의 진짜 온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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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가장 극적인 답을 내놓은 사례가 있습니다. 2022년, 소니 픽처스가 영화 '모비우스(Morbius)'로 저지른, 전례 없는 두 번의 실패입니다. 뜨거운 온라인 반응을 팬심으로 오독한 끝에, 자신들이 만든 함정에 스스로 빠져든 이 사건은 팬덤 커뮤니케이션 역사에서 가장 값비싼 수업료로 기록되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명대사가 인터넷을 뒤덮다


It's Morbi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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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반기, 이 문구는 트위터와 레딧을 뒤덮었습니다. 수백만 명이 공유하고, 인용하고, 패러디했습니다. 누군가는 영화 속 클라이맥스 장면으로 소개했고, 누군가는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라며 열광했습니다. 유튜브에는 이 대사를 중심으로 편집된 영상이 수십만 회 조회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이 대사는 영화 '모비우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파워레인저가 변신할 때 외치는 유명 대사 '잇츠 모핀 타임'(It's Morphin' Time)을 패러디한 이 문구는, 처음부터 팬들이 순수하게 창작해 낸 허구였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심지어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이 대사를 공유하며 함께 열광했습니다. "#MorbiusSweep(모비우스가 싹쓸이했다)", "One Morbillion dollars(1조 모빌리언 달러 돌파)"라는 거짓 찬양도 온라인을 뒤덮었습니다.


image (1)_ALTools_AIUpscaler.png 전 세계 352조 달러를 벌어들인 '역대 최고의 흥행작' 밈까지 가져간 <모비우스>

스스로를 '모브헤드(Morbhead)'라 부른 이 팬덤은 영화를 즐기는 행위를 '모브(Morb)한다'는 신조어로 표현하며 하나의 하위문화를 형성했습니다. 트위치(Twitch)에는 'Morbius247'이라는 이름의 채널이 등장해 영화를 24시간 연속 무료 스트리밍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방송은 저작권 규약 위반으로 강제 폐쇄되기 전까지 12시간 이상 지속됐고, 동시 시청자가 2,000명을 넘어섰습니다. 폐쇄 이후에도 트위치에서는 산발적으로 유사 방송이 이어졌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영화 전체를 2분 단위로 잘라 연재하는 계정이 등장했고, 텀블러(Tumblr)에서는 주요 장면을 GIF 파일로 만들어 올리는 블로그가 퍼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열광은 영화가 이미 극장에서 퇴장한 뒤에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모비우스'는 2022년 4월 1일 개봉해 첫 주말 북미에서 3,9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2주 차에 74%라는 경이적인 수익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슈퍼히어로 영화 역사상 가장 가파른 낙폭 중 하나였습니다. 로튼 토마토 비평가 점수 17%. 영화는 조용히 극장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후,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이 풀리면서 밈이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망한 것이 확인된 시점에, 그 망함 자체를 소재로 삼는 놀이가 시작된 것입니다.


소니는 이 폭발적인 온라인 반응을 보며 판단했습니다.


팬들이 원하고 있다.


그것이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소니가 빠진 함정, 두 번의 실패


모비우스의 첫 번째 실패는 어쩌면 예상 가능한 범위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려 다섯 차례나 개봉이 연기되며 기대는 이미 피로로 변해 있었고, 완성된 영화는 서사 구조의 결함과 어설픈 시각효과로 혹독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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