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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국 어린이 치과 방문기

치과 가기가 겁난다.

by 만박사


미국에서 치과 정기검진은 보험이 있다는 가정하에 6개월에 한 번씩 이뤄진다. 우리 가족은 Carefirst라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코페이로 20퍼센트를 내면 나머지는 보험사에서 커버가 된다 (1년 동안 상한선이 정해져 있음). 미국에서 몇 번 병원을 다녀봤지만, 아직도 보험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그냥 병원에서 코페이로 내라고 하는 만큼 내고, 지불 내역서 하나 받아오면 잘 모아두는 정도이다.


정기검진에서 충치가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치료를 해주는 것이 아니다. 다음 예약을 잡고 다시 치료를 하러 와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불편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다음 예약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면 다른 분에게 불편을 안겨주게 된다. 예약을 할 때는 나의 치료에 대한 예상 시간을 고려하여 시간이 할당된다. 만약, 클리닝을 하려고 온 것인데, 필링을 하나 더 하게 되면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된다. 내가 다음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수긍하며 살게 되었다. 우리 가족 다섯 명이 다니는 치과는 한인들 사이에서 제법 입소문이 난 곳으로, 나도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방문하게 되었다. 미국에 온 지 15개월이 지났는데, 막둥이가 가장 많이 치과를 방문했다. 그동안 4살 아이가 치과에 다녀온 일정은 다음과 같다.

*210824-치아 검진으로 24.4불 결제.

*210927-충치, 결제액 64불(디덕터블 50불, 치료 14불) 미국에 온 지 두 달 반 만에 충치가 생겨서 처음으로 치료를 받았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차가 1대밖에 없었던 시절로, 아이와 우버를 타고 치과에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 두 명과 엄마, 간호사분이 아이들 붙들고 간신히 치료를 마쳤던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오른다.

*220113-충치, 결제액 64불(디덕터블 50불, 치료 14불) 우리의 보험은 7.1일에 해마다 갱신되는 보험이지만, 디덕터블을 결제하는 기준은 1월부터 연말까지로 되어 있단다. 그래서 1월에 처음 왔으므로 다시 디덕터블을 결제해야 하는 것이다.

*220425-충치, 20.4불, 치료한 지 3개월 만에 또 충치가 있다니... 이 정도면 아이 보호자인 나에게도 약간의 잘못도 있는 듯하다. 치아관리를 잘 돕지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게 아닌지 살짝 죄책감도 있다. 돈을 아끼려면 치아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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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은 어린아이들이 치료하기에 쉽지는 않은 곳이다. 보통 어린이 치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천장에 뽀로로와 같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TV,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을 것 같은 인테리어 정도는 필수이다. 이번에 옮긴 치과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이의 치료를 이제는 그곳에서 계속할 수가 없음을 감지하고, 어린이 치과로 옮기기로 했다. 미국에서 병원을 알아보는 것도 어렵다. 보통은 내 보험으로 소개받을 병원에서 받아 주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같은 보험을 갖고 있는 지인의 덕분에, 이곳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존에 다니던 치과에 옮기겠다고 의뢰를 하면, 기록지가 새로 옮겨질 병원으로 이관이 되는 모양이다. 충치로 인한 필링이 필요해서,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예약을 하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의 방문 일정은 다음과 같다.

*220510-소아치과, 결제액 51.18불(28.6불, 19.6불, 필링 2.98불, 추가 6.02) 첫 방문으로 인한 치료인데, 순조롭게 잘 진행하였다. 썩어서 구멍이 난 부분에 블루라이트 치료로 3초 만에 해결을 했다. 이렇게 쉬운걸 그동안 괜스레 아이만 고생시킨 것 같았다. 다음번 5개월 뒤 검진을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21005-정기검진 28.42불, 추가 사진 찍은 것 5.2불, 그동안 열심히 양치질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어봐야 정확히 충치의 개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사진을 찍어보니 위, 아래 어금니와 그 옆에 치아 사이에 충치가 있었다. 부위는 4곳이지만, 총치아는 8개를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지만, 다음 예약을 하고, 예상 치료비를 내역을 받아 들고 집에 왔다. 이런 경우 보통은 마취를 하거나 래핑 가스를 이용해서 치료를 한단다. 집에 와서 그 내역서를 보고 있자니, 보험이 안 되는 100불짜리가 예약한 두 번의 일정에 각각 적혀있었다. 예상 충치 치료비료는 치아 1개당 27.2불씩(어떤 치아는 67.2불, 미국은 치아의 번호에 따라 치료비가 다르다고 한다.)이고, 두 번의 예약 일정에 포함되어 총 457.6불이 적혀있었다. 두 번 청구된 100불짜리 내역은 래핑 가스라는 것인데. 아이가 이것을 끼고 치료를 해야 더 쉽게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병원에서도 이런 치료 내역은 없었는데, 비보험 치료를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아이가 조금 컸으니까. 이거 없이도 가능하겠지. 오롯이 나만의 생각으로 그것을 빼 달라고 이메일로 요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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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SDF 35.2불 결제, 오늘 아이의 컨디션은 매우 좋아 보였다. 지난번 병원은 방문하는 것조차 꺼려했지만, 이곳은 자꾸만 와보고 싶은지, 자꾸만 물어본다. 병원에 도착하니, 요청한 내용을 설명해주셨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겠지만, 하다가 힘들어해서 치료가 중단되면, 다시 예약을 잡고 래핑 가스를 추가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병원 의자에 눕기 전에는 “I CAN DO IT! “ 하면서 씩씩하게 잘 해내려니 생각을 했지만, 역시 아직은 역부족인 모양이다. 치료를 못했고,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 SDF(Silver Diamine Fluoride)라는 치료를 추천해주셨다. 이것은 충치에 대한 비침습적이고 통증 없는 치료 옵션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물질이 혼합된 파란 액체로 된 것을 작은 솔에 발라서 충치가 있는 부분에 발라준다. 4곳의 부위에 모두 발랐다. 담당의는 이 부분에 약간 검은색으로(작동 중 임을 의미) 변할 수 있으며, 3개월 뒤에 다시 와서 발라야 한다고 하셨다. 이 약물이 충치를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고, 더 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며, 내년에 조금 더 크면 충치 치료를 하자고 하셨다. 다행히 앞니가 아니 구석에 있는 치아라서 별로 표시는 안 나지만, 식사 후에는 매일 치실을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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