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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국 유치원 소풍 따라가 보기

소풍 따라가는 엄마가 준비할 것

by 만박사

아이들에게 소풍은 무엇보다도 큰 이벤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모두 바쁘셔서 같이 가주지 못하셨다. 내가 잠깐 일을 쉬고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아이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한국에서의 소풍을 미국에서는 field trip이라고 한다. 큰 아이들이 5학년과 6학년에 재학 중이므로 알아서 잘 다니지만, pre-k에 다니는 4살 꼬마의 소풍에는 왠지 따라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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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학교에서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고, chaperone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는다고 적혀있었다. 나는 바로 회신을 하고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았다. selected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은 좋았다.

I am excited to share that you have been selected to be Chaperone's for our field trip to Clark's Elioak Farm. Here are a few next steps:

1.Please send in an additional $6.00 which can be paid by cash or a check made out to **** Elementary. This does not include a pumpkin. All children will get a pumpkin. (따라가는 엄마의 입장료는 6달러, 현찰로 보냈다. 아이들은 호박을 갖고 가지만, 엄마의 비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아이 입장료는 12.5달러)

2.Please arrive to school on Tuesday morning with your child. We will be leaving no later than 9:30 am. There will not be enough space on the bus for you to ride with us, but we ask that you please follow the bus to the farm. (주차공간으로 인해 카풀을 권유하는 듯하다. )

3.We will all walk in the farm together. (아이는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고, 엄마는 본인의 차를 끌고 학교로 가서 대기하다가 스쿨버스가 출발하면 뒤를 따라가는 방식임)

4.You will be assigned a small group of students that you will be responsible for while at the farm. Please review the Chaperone policy found here. Once you have reviewed the PowerPoint, please print and fill out the certificate found here and return to me tomorrow or Monday at the latest. (엄마 한 명당 2-3명의 아이를 할당해준다, 샤페론을 가기 위하여 뭔가 서류를 검토하고, 서명을 해서 보내야 한다. 이미 아이 편에 보냈는데, 또 다른 양식이 있단다.)

5.If you would like to take your child home with you directly from the farm, I will have an early dismissal sign-out sheet for you to fill out at the farm.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오게 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농장에서 나오기 전에 엄마가 서명을 하면 집으로 아이를 데려갈 수 있다. 농장에서 학교보다 집이 가까워서 나는 서명을 하고 아이와 집으로 왔다. )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는데, 여러 스텝이 있었다. 이외에도 학교에 도착해서는 오피스에 들어가 신분증을 넣고, 사진을 찍으면 네모난 스티커를 발급해준다. 이것을 상의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 아이코, 이런 게 미국 스타일이구만. 한국과는 많이 다르구나. 나의 이민 생활에 이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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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날씨였다. 농장에 도착한 후, 스쿨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의 친구들이 누구인지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말을 하는 '리디아'라는 친구를 제외하고는 파란 눈, 검은 얼굴, 금발 머리 등등 다국적 아이들이 몰려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집에서 종종 누구, 누구 이름을 말하면서 수다를 떠는데, 그 아이들을 실제로 보게 되니 더없이 반가웠다. 여러 학교에서 소풍을 왔기 때문에 등 쪽에 학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녹색 티를 단체로 덧입혔고, 행사가 끝나면 그 옷을 다시 학교로 선생님이 가져가신다. 이렇게 하니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금방 눈에 띄어 효과는 참 좋았다. 사실 나도 멀리 가족 여행을 갈 때, 같은 색 티 3장을 사서 아이들에게 똑같이 입히곤 한다.


첫 번째 코스로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보고, 먹이도 주고, 브러시로 빗질도 해주고, 소 젖 짜 보기, 손가락으로 터치해보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양한 동물들을 한 번에 다 만날 수 있으니 가성비가 최고다. 재미난 에피소드 중에 하나를 소개해본다. 동물들에게 이름을 하나씩 지어주고, 동물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보드가 있었다. 아이들을 인솔하신 선생님의 이름이 Erin인데, 처음에 만났던 양의 이름이 같은 Erin이었던 것이다.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도 한참을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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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코스로는 수레를 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돌았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않아서, 시원하게 농장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곳곳에 허수아비, 몬스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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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로는 하이라이트인 펌킨 픽킹을 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들고 갈 수 있는 사이즈의 호박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마차에서 내려보니,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공간에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구름 없는 파란 하늘에, 주황색 펌킨들, 초록 초록한 나무들, 넓은 들판이 그냥 그림 같았다. 이것저것을 만져보며, “엄마, 이걸로 할까? 저걸로 바꿀까?” 물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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