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과 낭만

기쁨과 즐거움으로

by 허씨씨s

나는 유독 방황이 길다고 느낀다. 직장이든, 가정이나 인간관계든, 대부분 어딘가에 정착하기 마련인데, 나는 그 어느 분야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정착을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다. 불안에 취약한 기질을 가졌기에, 안정감이 가져다주는 효능은 내게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 어느 곳에서도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는 패턴이 내게는 반복되고 있다.


회피형인 걸까. 아니면 방랑벽이 있는 것일까. 내 방황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와중에 내가 포착한 단어는 바로 낭만이다. 내게는 방황과 낭만이 쌍둥이처럼 느껴진다. 방황과 낭만은 새로움이고 비효율이며, 어쩌면 낭비다. 반면에 정착은 익숙함이고 효율이며 질서다.


새로움과 비효율, 낭비는 모두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무언가를 잃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더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나뿐만 아니라 나의 부모님도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으며, 친구들은 하나 둘 자신의 자리에서 차근차근 정착해나가고 있다. 배우자이자 부모로서 누군가의 정착지이자 보금자리가 되어가면서. 최근 들어 그런 친구들이 무척이나 부럽곤 하다.


그럼에도 나는 방황과 낭만을 되도록 이어나가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상황과 여건을 올바른 노력을 통해 만들어나가고 싶다. 물론 좋은 정착지가 있다면 정착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방황과 낭만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는 정착을 하면서도 방황과 낭만을 모두 붙잡고 싶다.


어차피 삶이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방황이다. 그 방황을 오직 잠깐의 정착으로만 잠재울 수는 없다. 그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낭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정착으로도 피할 수 없는 방황을 다름아닌 낭만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기 위해 나를 더 단단히 단련해나가겠다고 다짐한다.


남다른 나의 방황이 슬픔이나 외로움이 아닌 기쁨과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