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우산은 다 어디로 갔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회용 우산을 또 샀다. 현관 신발장 옆 가득한 우산들이 생각났다. 일확천금이 있은 들 뭐하겠나 지금 손에 빗방울 막을 작은 것 하나 없는데. 등에 진 백팩까지 막아주기에는 역부족일 듯 간신히 머리만 가릴 정도로 작다. 분명 아침 뉴스에서 비 예보를 보며 우산을 들고나가리라 생각했는데 그냥 빈손으로 나왔다. 버리기도 아깝고 집에 올 때까지 비가 계속 내려서 3천 원짜리 우산은 고맙게도 제 몫을 다해주었다. 그리고 우산 걸이에 걸려서 박제가 되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퇴근할 땐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멀쩡하게 개었다. 한 20여분을 달렸는데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와이퍼로 닦아야 할 만큼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집까지 트렁크에 있던 낡은 우산을 꺼내 썼다. 낡았지만 그게 있어 참 고마웠다. 낼 아침에 차에 갔다 놔야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으로 끝났고, 우산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비 내린 후 신선한 아침 공기로 심호흡을 하면서 상쾌한 기분만 느꼈다. 언제쯤 비를 만나면 트렁크에서 우산을 찾을 테고 없으면 다시 편의점에서 하나 사겠지.
현관 신발장 옆 선반에는 접이식과 장대, 그리고 일회용까지 각각 태생이 다른 우산들이 득시글득시글 모여 산다. 우산 장사를 해도 되겠다. 차와 사무실에 있어야 되는데 먹이 앞에 모인 물고기처럼 한 곳에 떼로 모여있다.
우산 이동 법칙은 간단하다. 우산이 처음 사용된 곳(집)과 다시 돌아올 때의 날씨가 같으면 현상은 유지가 된다. 그런데 중간에 날씨가 변하면 쏠림현상이 생긴다. 예를 들어 집을 나설 때 비가 왔고 퇴근 때까지 비가 오면 그 우산은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점심쯤에 날씨가 개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서너 번만 반복되면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날씨에 상관없이 큰 맘먹고(?) 재배치를 하면 되는데 그게 바위를 옮기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눈 앞에 닥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한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우산의 경제학 이론을 반영해 보면 변화무쌍한 날씨가 우산장수에겐 유리하다. 내 집 현관에 우산이 쌓인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가 열대우림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증거를 바탕으로 우산이나 우비 장사를 해야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산 우산이 한 열 개 된다. 경제활동인구를 2천만 명으로 잡고, 그중에 우산을 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넉넉잡아 5백만 명이라 쳐도 곱하기 10개 하면... 으악, 동그라미가 몇 개여? 계산이 안된다. 어머어마한 부자가 될 수 있겠는걸.
차로 지하주차장에서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거나, 일회용 우산을 찢어지고 망가질 때까지 일 년쯤 사용하는 구두쇠. 누가 쓴 우산 밑으로 가 겹살이로 얻어 쓰는 얌체족들 등등 이런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을 넣고 다시 계산하면....
헛웃음만 나오네. 우산 하나 놓고 별생각을 다하네.
비 맞은 제비들 전깃줄에 쪼르륵 앉은 것처럼 나란히 걸려있는 우산들을 재배치해볼까. 장마도 끝나가니 바위를 옮기는 심정으로. 이제 편의점 일회용 우산은 그만 사자.
퇴근 무렵. 사무실을 나서는데 앞서 가는 사람 손에 우산이 두 개 들려 있다. 나만 맨날 잊어먹고 우산만 샀나. 내 계산식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들이 자꾸 생겨나네.
이런! 세상 참 어렵다. 계산대로 움직이는 건 없어.
우산의 법칙이 알려준 깨달음. 자기가 젤 잘하는 거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