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보는 바다, 주문진

by 벽우 김영래

시간이 없을 땐 뭐든 간절하다.

야간근무를 들어가야 하는 날인데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에 갔다.

오랜만에 집에 다니러 온 아들이 바다가 보고 싶단다. 맨날 학교와 집을 오가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을 고달픈 청춘의 삶.

그곳에서 벗어나 단 몇 분만이라도 시원한 풍경이 그의 노고를 잊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까짓 소원 하나 못 들어줄까. 차를 달리는 바퀴만큼이나 맘은 바빴지만 갈 때는 산도 보고 새롭게 나타나는 풍경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다. 모든 과정이 정해진 여행이라 더 바쁘게 느껴졌다. 뭐든 정해져 있으면 맘이 자유롭지 못하다. 늦어지면 중간에서 영화처럼 잘라먹고 돌아올 계산도 했다.

도착시간에서 돌아올 시간을 계산해 빼고 나면 그 여분이 바다를 볼 시간이다. 점심 먹을 틈을 빼고 나니 겨우 삼십여 분이다. 오가는 길에 소요되는 4시간을 빼고 나니 본 행사보다 사전 이벤트가 더 긴 꼴이 됐다. 그래도 여정이 전혀 무의미하진 않았다. 속내도 털어놓고, 하고 싶었던 얘기도 나누고, 음악도 들었다. 삼십 도가 넘는 날씨에도 바다는 시원했고, 바람에 대고 소리도 질렀다. 짧은 시간 잠깐 보는 바다라서 햇살도 뜨겁지 않았다.

바다는 더 푸르고 갯내음은 더 짙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은 상쾌했고, 물은 더 파랬다. 파도는 경쾌했고, 저 멀리 수평선은 아득하고, 바다 위 가득한 하늘은 한 없이 컸다.


여분 없는 시간에서 나오는 간절함의 자양분. 혹시 이런 것들 - 휴가 나온 군인의 마지막 날 아침 기상시간, 매일 아침 출근 준비로 바쁜 가운데 양치질하는 일분, 동점 상황에서 공격하는 농구선수의 타임 오버 삼초 전. 투수가 던진 공을 바라보며 타석에서 배트를 들고 있는 선수에게 퍽하고 포수 글러브에 공이 닿는 시간 등등.

절박함이 잠자고 있는 인생의 참 맛을 일깨워주는 건 아닐까.

똑같고 늘 바라보던 바다보다 잠깐 보는 바다 풍경이 더 새롭고 느낌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