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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물 Dec 11. 2023

14. 못하겠는 것을 못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당신에게

What's up borther?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살아가려면 하기 싫은 것도 곧잘 해야 하고, 매번 터지는 삶의 문제와도 대면해야 합니다.

반복적인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매일 새로운 것을 해내야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 반은 정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친숙하지도 않은, 응용하는 것도 아닌,  그런 일입니다만,

'해봐라!' 했을 때, '못합니다'라고 대답하면

일단 저를 멍청이로 볼까 봐 '못합니다'라고 못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지만 그것이 제가 살아가는 법입니다.

못하겠는 것을 못한다 하면 잘릴지도 모르고,

멍청이로 보일지도 모르고,

무능해 보일지도 모르고, 모르고, 인생이 모르는 일 투성이가 돼버릴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진짜 못하겠지만 결국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오는, 해왔던 사람입니다.

갈아 넣어져서 결국 해내면, '것봐! 할 수 있잖아' 하며 성장하는 거야! 가 아니라

갈아 넣어져서 명줄이 깎여 나가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정말 못하겠어도 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하고 결국 해내니 말입니다.

그건 마치 피노키오가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데,

피노키오가 '내 코는 길어질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거짓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왔습니다.

결국 해내서 거짓이 아닌 게 됐지만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무너짐을 경험했습니다.

저의 세상은 모래 위에 쌓인 성이었고 결국 저는 제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정말 못하겠고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못한다. 어색하다. 처음이다.라는 말은 제가 살아가면 갈수록 써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말이 돼버렸습니다.

그것도 모르냐 그것도 안 해봤냐 같은 말을 들을까 봐요.

실제로도 몇 번을 들으니 더욱 움츠려 들게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거짓말을 합니다.

쌓이고 쌓여 나중에 또 체해버릴지언정 지금은 잘하는 척해야 하니까요.

당신에게 못한다는 것을 잘한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만능은 아니야. 못할 수도 있지. 라고 위로 의말씀을 드리면 글이 잘 맺어질 것 같은데

그것 참 못하겠네요.


우리는 뭐든지 다 잘해야만 하고 못하는 게 없는 만능이 되어야만 하니까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연예인들만 봐도 만능 앤터테이너로 강요받고 있지 않습니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거예요.

할 수 있다는 거짓말은 얼핏 긍정적으로 들릴지도 몰라도 사실 우리를 갉아먹고 있는지 몰라요.

만능으로 살아내기란 정말 쉽지 않죠.

그래도 '일단 만능'인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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