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할 줄 몰랐다.

서승원의 채집일기 1편 <강남島>

by 또레이

처음 생각과 느낌을 글로 적기 시작한 건 '생생한 감정'을 텍스트란 상자 속에 기록하고 싶어서 였다.

때때로 그 상자를 열어서 음미하곤 다시 넣어두는 식으로.

실제로 이 채집방식의 글쓰기는 내가 삶을 다양한 감각으로 느끼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채집방식의 글쓰기는 내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만의 채집통에 생각을 담아가던 중,

40일간 스페인으로 넘어가 '산티아고 - 순례자의 길'을 걷고 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니,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채집한 나의 생각들을 풀어놓고 싶어 졌다.

어쩌다 알게 된 브런치를 내 생각을 풀어놓을 세상으로 정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처음 브런치에 들른 건 순전히 '산티아고 - 순례자의 길'에서 채집한 생각들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오늘

서울을 나가니 산티아고에 대한 글을 쓰기도 전에

'새로운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아 채집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적는 이 글은,

강남 위에서 핸드폰을 고치겠다며 A/S센터를 가고,

일과 공부를 위해 학원에 들러 스터디를 등록하고,

못 읽은 책을 마저 읽겠다고 서점에 가서 쭈그려 책을 읽고,

집에 좀 가겠다고 지하철에 찡겨져 집에 오면서 지하철에서 '잡은' 나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열섬, 강남도

강남도島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열섬,

강남에는 대한민국의 hot trend들이 가득하다.

가장 유행하는 옷 스타일과 신발들이 가득하고,

모두가 따라하는 연예인의 사진과 머리 스타일들이 가득하다.


끝없이 복제되는 세포처럼

강남은 자가증식을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이곳 강남은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섬이다.

그것이 많은 차량과 유동인구 때문인지,

유행에 뒤쳐지기 싫은 욕망의 무한복제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오랜만에 온 강남 위에서 속은 울렁이고, 머리는 뜨겁다.






강남보기

강남은 보기보다 단순하고, 단조롭다.

비슷한 건물 속에 비슷한 일들을 하는 가게와 학원, 병원들이 채워져 있고,

비슷한 머리스타일과 화장을 하고, 같은 옷을 입은 이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그런데 강남은 보기보다 무질서하다.

지하철에는 사방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공간을 침범한다.

버스에 먼저 타려고 새치기에 달음박질은 예삿 일인지 오래다.


질서 속에 무질서함으로 가득 차고,

단조로움 속에 복잡한 곳이 강남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오늘 참 피곤하더라.



2015년 8월 18일, 첫 번째 생각을 풀어놓다.

서승원의 채집일기 1편 <강남島>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