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서 온 아이

서승원의 채집일기 2편 <1995년에서 온 아이>

by 또레이

'따스한 햇살은 온 사방에, 그리고 모두에게 비추지만,

그 빛을 받는 몫은 각자 다르다 하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그 시간이란 모두에게 고루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값지게 따뜻하게 누리는 것 또한 각자 다르다 하였다.'



서울 상봉에서 열차로 1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용문역.

역 밖으로 나간 거리에는 엄마 손을 잡은 솔방울 같은 눈을 가진 소년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소년의 눈을 통해 1995년으로 흘러들어갔다.



1995년 용문에는 승원이라 불리는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버스를 '우주 자동차'라 불렀고,

엄마의 손을 꽉 잡고 '우주 자동차'에서 내려 세상 구경을 했다.


아이는 대포처럼 생긴 쇳덩이에서 튀어나오는 맹맛의 과자를 먹는 어른들이 이상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볼을 꼬집으며 하는 뽀뽀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들이 주는 과자만큼은 아름답다고 느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이제 아이는 그때보다 2배는 더 커져서,

더 이상 버스를 '우주 자동차'라 부르지 않고, 엄마 손 없이도 '우주 자동차'를 타고 세상을 여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20년 전의 아이였을 때처럼,

시장소리와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모든 것들을 눈에 담기 위해 두 눈을 크게 뜨고,

중식당에서 나오는 달짝 찌근한 짜장 소스 향과 옛날 통닭집에서 나오는 기름 냄새에 빠져들어

코를 킁킁대며 길을 거닌다.




20년 전 매일 매일이 새롭고 신나기만 하던 6살짜리 꼬마 아이는,

2015년이 된 오늘 어른이 되어 일상 속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겠다며 2시간을 걸려 용문을 찾았다.


어른이 된 이 아이는

고요한 절에서 휴식을 취한 것만큼이나,

한 소년의 눈을 통해 20년 전의 자신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이 시간이 참 '따뜻했다'고 기억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2015년 8월 27일

서승원의 채집일기 2편

<1995년에서 온 아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