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빨(이라 쓰고 유머라 말한다)
이 남자 너무 괜찮다
더 솔직히 말자 하면 이 남자 너무 재밌다! 였다.
소개팅 필살기로 써먹던 그의 해외 여행기는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돌아다닌 곳도 많은 나에게도
생소한 경험들이어서 쫑긋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약간의 연기와 과장된 표정이 섞인 그의 얘기를
한참 듣다가
중국 40일 여행기, 인도 여행기, 어머니가 신문 구독을 결정하고 받은 자전거로 국내 일주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자신감 있고 유머감각까지 있는 그와의 대화에 점점 흥미를 느꼈다.
잠깐씩만 풀어내자면 여행 전 몇 가지 중국어를
습득한 뒤 여행길에 올랐지만 결국 물은 중국어로 알지 못해 (그와 나의 대학시절엔 스마트폰은 없었다 2005년도였으니)
여행 내내 사이다만 줄곧 마셨다는 이야기
그 얘기를 듣고 한자로 물 수자 써서 보여주지 그랬냐? 는 나의 대답에 유레카처럼 똥그래지던 그의 눈빛이 기억이 난다!
인도 여행길에 오르고 난 뒤 머물던 지역이 갑자기 여행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급하게 버스를 타고 그 지역을 나와야 했는데 현지인들과 섞인 엄청난 대기줄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그 마을 촌장에게 롯데 후라보노 껌을 한통 쥐어주며 버스표와 딜에 성공하여
무사히 인도를 탈출한 이야기
우연히 시골에 신문구독 사은품으로 자전거를
얻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타지 않으셔서 그 자전거를 가져와
서울에서 부산까지 그 자전거를 타고 횡단했던 이야기, 중간에 수원에 있는 친구네 집에 들러
1박을 했는데 그날 구워주신 삼겹살이 너무 오랜만에 섭취한 고기라 배탈이 나 그 집 화장실을 막은 뒤 새벽에 몰래 도주한 이야기 등
지금도 한 번씩 그 얘기를 해달라고 졸라야만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연애 시절 내내 새벽까지
나를 잡아두려고 (?) 연기와 액션을 더해
열심히 이야기하던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그랬다! 그는 말빨이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말빨만으로 그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었는데
연애시절 그가 좋아하던 것들이 그를 더 믿음직한 남자로 보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