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뒷날 아침식사

by 이경

그 전날 냉장고에 사서 넣어둔

차가운 고구마를 전자레인지에 넣으려고 할 때였다.

바나나도 같이 먹을까? 하는 생각도 같이


' 아침 뭐 먹어요?' 카톡이 울렸다

' 고구마랑 바나나 먹으려고요'

' 맛있어요?

' 맛없어요. 아침엔 국물이죠

' 먹으러 갈래요?


번갯불에 콩을 구웠나. 이렇게 이어진 대화는

헤어진 지 12시간도 안되어 바로 우리를 다시

만나게 했다.


이번엔 좀 더 가까운 역에서 만나서

횡단보도를 마주 두고 바라본 그는

영락없는 의성 남자였다.

어젠 세미 정장 차림이어서 잘 몰랐는데

이 남자 패션 센스.. 아직 수도권 진입을 못했구나

롤업 한 청바지에 후드티 그리고 패딩 베스트를

입고 모자를 썼는데 어느 것 하나 본인 체형에 맞게 입은 옷이 없었다

그러는 넌 어떻길래 이렇게 패션 지적을 하냐고?

나름 대규모 유통 업계라고 불리는 백화점에서

10년을 넘게 일한 난데, 이제는 적어도 뭐가 나에게

어울리는지 알고 기본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보다 더 잘 차려입질 않은가. 암튼 그 당시 그의 패션은

패션이라기보다 걸친 옷에 가까웠다


그렇게 주춤 걸어오며 만난 그와

전통 시장으로 향했다

가서 국밥을 파는 곳이 없어서 가판을 두고

영업하는 분식집에서 떡볶이 한 그릇과 순대를

나란히 옆에 앉아 나눠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했다

무슨 얘길 나눴는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어제보다 더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것


이 남자 너무 괜찮다!라는 생각은

저녁을 먹은 뒤 커피숍에서 나눈 대화들 때문이었다.


P.S 남편은 키가 크고 두꺼운 체형이다

상대적으로 청바지를 입으면 허벅지 때문에

너무 타이트해지는데 그런 바지를 롤업 해서

입었기 때문에 비율이 너무 안 좋아 보였고

패딩베스트는 그 당시 아는 동생이 탑텐에서

1+1 행사를 하길래 따라서 산 베스트를 입고

나왔는데, 어깨가 넓은 남편의 체형에

캐주얼한 패딩 베스트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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