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수치심에 대하여

했던 말 또 하기

by Aha


흠결을 찾아내고도 여전히 애틋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흠결로 너를 알아보고, 흠결이 너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돌보고 흠결 주변에 무늬를 그려 넣어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기.


한 사람의 역사에 사사롭고 중요한 순간의 증인이 되어주기.


고작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순간을 비밀로 남겨두고

그 불안을 보살펴 융성할 땅을 주지 말자. 품어야 할 비밀은 좀 더 근사하고 고운 것으로 다시 고르자.


비밀이었던 것을 모두 끝까지 목격 당하고, 아무런 대단한 비극과 재난도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하고, 너의 비밀이 너를 해체하지 않았음에 같이 안도하고, 사소하고 어리숙하므로 귀여운 데가 있다고 기어코 말을 해서 잠시 부끄러워한 후에 아무렇지 않아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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