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의 컬트쇼 — IT 프로듀스 101 (2)
기술 산업은 언제나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그 미래가 도래하는 속도는 인간이 변화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여기서 다른 산업보다 더 잔혹한 역학이 발생한다. 새로운 기술은 몇 달 만에 등장하고 사라진다. 반면 한 사람이 그 기술을 제대로 익혀 자신만의 역량으로 체화하는 데는 수년이 필요하다. 즉, 기술의 갱신 주기는 인간의 학습 주기를 초과한다. 그래서 IT에서 경력은 축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갱신을 의미한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도 쌓여야 하는 자산이지만, 이 산업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 비용이 되는 존재가 된다.
이 속도는 자연 발생적 특성이 아니라 명확한 구조적 주체를 가진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자본 시장은 성장을 유일한 가치로 설정한다. 빠른 성장만이 투자유치의 근거가 되고, 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의 변화는 마치 필수적인 것처럼 강요된다. 기업 입장에서 기술 갱신은 비용 절감 전략이다. 더 효율적 도구가 나오면 인간을 바꾸지 않고도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 효율성은 곧 인간 교체의 정당화로 이어진다. 속도를 높이면 비용이 줄고, 속도가 떨어지는 순간 비용인 인간을 바로 교체할 수 있다.
이 산업에서 인간의 도구화가 두드러지는 또 다른 이유는 지식의 휘발성이다. 다른 산업의 기술은 오랜 시간 축적된 형태의 자산으로 남는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단기간 내 구식이 된다. 3년 전 기술이 오늘의 약점으로 변할 수 있다. 이는 곧 인간 가치의 휘발성으로 직결된다. ‘경험’이 가치를 보증하지 못할 때, 시간은 커리어의 자산이 아니라 감가상각의 속도가 된다.
또한 IT 산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 인간을 수치화 가능한 데이터로 평가한다. 처리한 티켓 수, 커밋 로그, 배포 횟수, 코드 품질 지수 등 모든 행위는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비교된다. 정량화된 평가는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즉시 대체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존재는 숫자가 떨어지는 순간 시장에서 밀려난다.
게다가 이 산업은 공급 과잉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트캠프, 국비 지원, 코딩교육 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인력을 투입한다. 진입이 쉬운 산업은 언제나 교체가 쉽다. 한 명이 소진되면, 다음이 즉시 투입된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하는 구조를 만든다.
가장 잔혹한 지점은 이 모든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다. 성장, 자아실현, 기여, 혁신. 듣기 좋은 단어들이 개인을 스스로 착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나는 더 배우고, 더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이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한다. 피곤함을 자랑처럼 말하고, 과로를 뱃지처럼 달고, 자기 희생을 열정으로 오해한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갱신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는 문화. 이 지점에서 IT는 단순한 노동 시장이 아니라 일종의 신앙 체제가 된다.
다른 산업에서도 인간은 도구화되지만, IT가 더 잔혹한 이유는 간단하다. 속도가 인간을 이길 때 발생하는 비극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보여주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 세계에서는 인간이 기술을 위해 자신을 소모한다.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은 지속 가능한 존재가 아니라 교체 가능한 부품이 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속도의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가치로 존재할 수 있는가. 변화 속도를 기준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사회가 지속 가능할까. 속도가 곧 선이라는 믿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것부터가, 이 산업이 잊어버린 인간성을 복원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로선 생각해보아도 아직 답을 모르겠어 3편은 쓰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