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백수인 내가 제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은 카페이다.
초반에는 스터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으나 내 성격상 지정된 스터디 카페보다는 자연스럽게 여러 군대의 카페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카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과도한 애정행각도 서슴지 않는 꽁냥꽁냥 연인들
과연 정말 공부가 될까?라는 꼰대 생각을 들게 하는 카공족들
자녀 교육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학부모들
요즘 장이 안 좋아서 주식으로 손해를 계속 본다는 예비 파이어족들
카페에 있다 보면 이상하리 만큼 나의 옆자리에서 들리는 대화는 더 잘 들린다. 굳이 듣지 않으려고 하면 더 잘 들린다. 나의 눈은 책에 있지만 시각 이외의 모든 감각은 옆 테이블 대화에 집중되어 버린다. 그러면서 나 혼자 키득키득 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에 한 카페에서 한 명은 셔츠에 넥타이를 하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청남방과 청바지를 입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엿듯게 되었다. 셔츠를 입은 이는 최근에 취업에 성공하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나머지 한 명은 취준생이었다. 어제 겨우 서류 붙어서 코딩 테스트를 봤는데 본인 스스로 테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술을 진탕 마시고 지금에서야 정신이 든다고 했다. 더 들어보니 정말 서류 탈락을 많이 했고, 오랜만에 서류 합격하여 다음 전형을 치르게 된 경우란다.
자칫 하다가는 어둡고 암담하게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 텐데, 취준생은 웃으면서 덤덤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고 취직을 한 이는 그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이런저런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있었다.
불현듯 나의 오래전 취업 때가 생각이 났다. 상대적으로 나는 취업을 수월하게 한 편이었다. 대학교 때 자체 절필 선언 후, 팽팽이 놀다가 얼떨결에 인턴이 되고 졸업도 하기 전에 바로 취업이 되었다. 나보다 주변의 친구, 선배들이 더 당황해했다. "놀기만 하고, 자격증도 없는 네가?"
그렇게 운이 좋게 회사생활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고 채용 업무를 해보니 채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운과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실력과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회사가 사람을 뽑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흔히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그 당시 수요-공급 이 타이밍 운 좋게 맞았을 뿐이다.
우리가 흔히 인연을 만나는 것도 운과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취업이 안 되고 남들은 잘 된다는 서류통과조차도 안되면 매우 기분이 더럽고 짜증 날 것이다. 욕해도 된다. 하지만 본인한테 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공부를 남들보다 덜해서, 자격증을 덜 따고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일자리에 사람을 많이 뽑지 않는 것뿐이다.
내가 취업할 때였던 2010년에도 그랬고 그 윗 선배들도 하나 같이 취업은 어렵다고 했다. 학교 나오면 살벌하고 춥다고 했다. 지금도 그때랑 비교했을 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말은 그냥 우리 사회가 취업하기 어렵단 뜻인 것 같다. 이미 저성장 국가라고 저명하신 분들이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그 카페에서 코딩테스트를 본 분이 부디 취업하기를 바라고,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잘 되었으면 한다.
P.S 어차피 그렇게 염원한 취업을 하더라도 조만간 관두게 되어서 나처럼 백수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이 안돼서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그렇다고 취업이 돼서 너무 기뻐서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다짐도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