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즐거운 자리만 남기기로 했다

by 표범

어떤 모임에 나갈지 고민할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모임이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가 아니라
‘내가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즐거울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이제는 네트워킹 좀 해야 하지 않겠어? 너한테 도움 될 사람들도 만나고, 정보도 얻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자산이 되는 순간이 있다.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서로의 일에 시너지가 생기면 더 큰 기회가 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계산된 만남이 잘 맞지 않는다. 누군가를 만날 때 ‘도움이 될까, 안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 순간 대화는 얕아지고, 표정은 부자연스러워진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나에게 필요한 역할로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결국 피곤하고 금세 무너진다. 형식적인 웃음과 가벼운 인사, 어딘가 계속 불편하다.

그 속에서는 아무리 많은 명함이 오가도 진심 한 조각 느낄 수 없었다.

차라리 도움이 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한 사람과의 대화가 훨씬 낫다.
술 한잔 기울이며 ‘요즘 어때?’ 한마디 진심으로 묻는 그런 사람이면 충분하다.

아마 나는 태생적으로 약간의 반골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좋다는 방향으로 달려갈 때,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정말 저게 맞나?’를 묻는다. 효율과 목적이 우선되는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감정’과 ‘진심’을 먼저 본다. 누군가는 그걸 비효율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살다 보면, 인맥보다 인연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계산 없이 웃었던 그 한 번의 대화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문을 열어준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은 이익의 계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건 마음이 통할 때 생기는 묘한 신뢰에서 시작된다. 나는 요즘도 그런 자리를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로의 이력이나 직함보다,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해지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헤어진 뒤에도 그 사람의 한마디가 오래 머릿속을 맴도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오늘 참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목적이 없어도, 그냥 그 시간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 지는 시간 말이다 .

어쩌면 인생의 모든 관계가 꼭 의미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답게,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이면 된다. 그 순간이 쌓여서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도움이 되는 자리’보다 ‘진심이 오가는 자리’를 선택한다.
이익보다 즐거움을, 연결보다 공감을, 네트워킹보다 대화를 택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의 방식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살면 손해 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손해일 수도 있죠. 하지만 덕분에 나 자신은 잃지 않아요.”


이제는 안다. 관계는 넓은 게 아니라, 깊은 게 중요하다는 걸.
그리고 깊이는 계산이 아니라 진심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내가 찾는 건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그게 결국, 나를 가장 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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