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서 다른 궤도를 걷다
얼마 전,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후배 동료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대화 이후 며칠 동안,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배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그동안 해왔던 조언들과 훈수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 시절의 환경,
그 시절에만 겪을 수 있었을 성장통을
그 나이의 몸으로 버텨온 모습을 마주하니
부끄러움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립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사람을 볼 때면,
마치 내가 지나온 길 위에 그들이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내가 겪었던 시간과는 분명히 다른 오늘입니다.
그들에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선과,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쌓이는 감정과 선택들이
매일의 일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그들의 삶은 이미 다른 색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누군가의 과거가 되어가고,
동시에 누군가의 미래를 앞서 걷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같은 시간 속에서 각자가 다른 궤도를 걷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오늘은
나의 어제와 닮아 있을 수는 있어도, 결코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겐 그들만의 이야기와, 내가 다 알 수 없는 고민과 선택들이
하루하루 쌓여가고 있습니다.
다가올 내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내일은 여전히 낯설고, 설레면서도 두렵습니다.
아마 모두에게 내일은 완성되지 않은 퍼즐일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쌓았어도,
미래는 늘 새로운 배움과 도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배우고, 흔들리고... 다시 걸음을 내딛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선과 속도로 각자의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나이는 다를지라도, 모두가 저마다의 의미를 찾는 여정 위에 있습니다.
어제의 나를 지나온 사람에게도,
내일의 나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오늘은 그저 소중한 하루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경험만으로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훈계보다는 경청을,
확신보다는 존중을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더 성숙한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배울 것이 많은 동반자입니다.
그 깨달음이, 며칠 동안 제 마음을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