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은 때로 방향을 흐리게 하고, 응원은 중심을 세워준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거나, 이직을 결심한 동료와 지인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막상 그 결정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됩니다.
“이게 맞는 선택일까요?”
“지금이 옮길 타이밍일까요?”
“괜히 잘 다니던 회사를 나오는 건 아닐까요?”
그들의 표정엔 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그럴 때 저는 가능한 간단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편입니다.
“왜 팀을 이동하기로 한 거예요? 왜 이직하시려는 거예요?”
몇 가지 조건에만 부합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좋은 선택이에요.”
저는 오랫동안 인사권 없이 테크니컬 리더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커리어를 평가하거나, 그 결정을 함부로 단정 짓는 일에 신중합니다.
리더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인생에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의 ‘용기’까지 꺾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혼란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조언은 때로 방향을 흐리게 하고, 응원은 중심을 세워준다.
경험이 많거나 경력이 화려하다고, 또는 지위가 훨씬 높다고 모든 상황의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조언은 흔히 ‘내 기준’으로 시작기도 하고, 내 욕심이 투영되기도 합니다.
“내가 해보니까…”, “그건 위험할 거야…”
하지만 그 말들은 종종 상대의 기준과 맥락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반면 응원은 ‘그 사람의 기준’을 믿는 대표적인 행동입니다.
지금 이 선택이 옳든 틀리든,
그 길을 통해 분명 배우고 성장하리라는 믿음.
그 신뢰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사람을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정답도, 확신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갈 수 있게 조용히 밀어주는 누군가의 신뢰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금의 직장으로 옮기기 전, 수많은 고민과 불안을 품고 있을 때, 친한 동료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당신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어디 가든 잘할 거야.”….
그 한 문장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수없이 느꼈습니다.
사람은 때로 거대한 비전보다 작은 확신 하나로 버팁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늘 믿어준 사람의 말에서 시작됩니다.
좋은 리더와 동료는 ‘정답’을 말해주는 사람 보다,
‘자신의 답’을 믿을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선택을 돕는 따뜻한 방법은 조언이 아니라,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