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길 권함.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다들 많이 생각해 보는 문장이다. 오늘의 나도 그랬다. 별생각 없이 헬스장에 가서 하체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멍하니 있던 침대 위에서 문득. 떠나고 싶어졌다.
어디로 가야 하나? 생각이 들어 가까운 관광지를 검색했다. 그제야 알았다. 난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냥 지금이 싫었던 것이었다.
멍하니 침대 위에 있는 내가 싫고.
멍하니 본 인스타의 행복한 스토리가 싫고.
좋아해도 되나 싶은 애의 SNS를 보고 있는 내가 추해 싫고.
그 모든 게 겹쳐 있는 내가 지독하게 싫다.
떠나고 싶은 건 이 침대 위가 아니었다. 침대 위 나였다.
예전부터 들은, 그리고 행했던 말이 있다.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러울 땐 글로 써봐라. 한결 나아질 것이다.'
실제로 효과를 꽤 봤다. 왜 내가 이렇게 우울하고 우중충하게 사는지 명확하게 말로 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그 효능을 바라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근데 이번에는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이전에 보던 책에서 우울은 모두가 거치는 감기 같은 것이라고 했던 문장을 봤었다. 그럴 것이다. 난 지금 감기에 걸린 사람일 뿐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감기가 아닐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3시간 전까지만 해도 꽤 밝았던 것 같은데. 다른 친구들과 대화할 땐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다. 그 모습이 나라는 사람은 맞았나 싶기도 한다.
이 글은 내 브런치에 올리려고 한다. 내가 또 이런 상태에 놓이면 한 번쯤은 생각날 수 도 있으니까. '이때도 아주 지랄 맞게 궁색했구나.' 하면서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럼 좀 힘이 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브런치에 욕설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알빠는 아니다. 고작 글이 삭제되고 뭐, 끝이겠지.
이럴 때 뭘 해야 하는지 머리는 이해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걸 머리는 명령하고 있다. 나는 머리를 두 대정도 쌔게 때렸다. 멍한 게 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역으로 다시 멍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방금 나는 헬스를 갔다 왔고 그리고 이렇게 됐다. 스스로 우울이라는 얕은 우물에 코를 박고 질식을 바라고 있는 기분이다.
뭘 해야 하지? 뭘 해야 할까 생각하면 나는 더 깊게 머리를 박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런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침잠하는 우울은 오랜만인가, 겪은 적 없었나. 감기라면 모든 사람은 감기 증상이 다르다. 강도가 다른 게 증상이 다른 거겠지. 오늘 나는 빌뿐이다. 부디 독한 독감이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