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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다쟁이 May 07. 2020

내가 화를 다스리는 방법

쿨하지 못한 내가 좋아서

사람마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다르다. 화를 내지 않는 사람, 바로바로 화를 풀어줘야 하는 사람, 꾹 참는 사람, 말을 하지 않는 사람, 나는 화가 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화나게 만드는 사람(내가 정말 싫어하는 타입).....

 

이렇게 다양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어떤 타입인지 궁금해졌다. 쿨하지 못한 성격의 소유자인 내가 객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화를 풀어가는지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그전에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뭐든 좋은 게 좋은 거 지하는 성격이 못 된다는 것. 가끔은 베베 꼬였고 질투도 잘하며, 쿨하지 못하다. 이런 나의 성격이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지만, 그런 나를 마냥 싫어할 수는 없다. 쿨하지 못한 나라도 좋고 어딘가 많이 꼬여서 화가 많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성격 좋아 보이게 관리하는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위안을 삼는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보통 분노 게이지에 따라 화를 다스리는 방법이 다르다. 또 화가 나는 대상에 따라서도 많이 다른 듯 싶다.

우선 분노 게이지 정도를 살펴보려 한다. 분노 게이지는 3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기분은 나쁘지만 정확히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불분명한 상황, 그리고 잠깐 돌아서면 잊을 수 있는 분노다. 1단계 분노는 꽁하고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정확히 짚고 넘어가면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상황이다. 보통 친구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화를 칭한다. 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슴속에 정말 많은 화를 일으키는 편인데, 내가 분노하고 있다는 걸 그들은 잘 모른다. 스스로 잠깐 흠칫, 삐끗하고 넘어간다. 더 큰 화를 만들기 전에 다른 상황으로 빠져나가거나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 나면 언제 기분이 나빴냐는 듯이 가라앉는다. 사실 1단계 분노는 분노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무턱대고 기분 나쁘다고 말하기도 묘한 상황이 대부분이라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예민하고 쿨하지 못한 나라서 느끼는 단계이기도 하다.


2단계는 억울한 상황에 일어나는 분노다. 살면서 억울한 상황이 많은 편이 아니기에 2단계 분노가 일어나면 굳이 따지고 보는 편이다. 피곤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주로 분노가 일고 상황이 진정되기 전까지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달려든다. 2단계 분노에서 분노 표현이 제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마냥 참지 않고 가망 없는 갈등도 그냥 부딪히는 편이다. 그리고 뒤돌아서 후회한다. 좀 더 어른스럽지 못했던, 좀 더 침착하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곱씹으며 후회한다. 2단계 분노는 매번 이런 식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큰 분노 표출이지만 그 화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분노를 표출했지만 감정이 해소가 되면 말끔히 잊는 편이다. 그것은 2단계 분노로 한정된다.


3단계는 해소되지 않고 응어리로 남아 있는 분노이다. 이는 분노를 표출할 수 없는 상대나 상황일 때 더 극에 달한다. 따라서 3단계는 부딪히려 하지 않는다. 부딪힌다고 해소되는 감정이 아닌 것을 알기에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3단계 분노는 그 정도가 오래 지속되지만 가장 잘 다스리는 분노이기도 하다. 가장 화가 많이 나는 단계이지만 가장 나를 나답게 다스리는 단계이다. 3단계 분노 시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좋아하는 책을 큰소리로 읽기, 다른 일에 집중하기, 현재의 감정을 글로 꾹꾹 눌러 담기 등이다.


좋아하는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순간 올라왔던 해소할 수 없는 분노 게이지를 환기시킨다. 일명 '분노의  읽기'라고 칭한다. 이때 읽는 책 내용은 기억이 날 리가 없다. 또 당장 시급한 일에 집중한다거나 그림을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거나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등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도 분노조절에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남기는 것이다. 소위 '분노의 배설 ' 남기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지 않아도 하소연을  기분이 든다. 어차피 해소되지 않을 화라면 가장 화나는 순간을 기록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다.


3단계로 나눠서 화를 다스리는 이유는 쿨하지 못한 나라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태초부터 '좋은 게 좋은 거지'가 안 되는 사람인데 스스로에게 그걸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 단계를 정하고 세부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예민하고 쩨쩨한 나한테 더 맞는 편이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았으며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하기 위한 방법이다. 나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쿨한 척하길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나를 인정하고 적절하게 화를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은 무엇을 다스리며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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