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수다쟁이 Jun 21. 2020

가자미과 박대를 아시나요?

 꼭 기억하고 싶은 맛

내가 아는 ‘박대’는 반건조 시킨 못생긴 모습 뿐이다.


박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우리 집은 자주 먹는 생선이다. 어릴 때부터 즐겨먹는 생선이라 다른 집들도 당연히 먹는 생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에 살면서 마트에서 박대라는 생선을 찾을 수 없어 의아했다.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처음 듣는다는 경우가 많았다. 가시가 통뼈라 발라먹기 좋고 잘 건조된 박대 살은 쫀득하기까지 한데, 이 생선을 모른다니. 수미네 반찬에 한 번 소개가 되면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갈치처럼 대중적이진 않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박대 요리 중에선 단연 박대 조림이 제일이다. 구워 먹어도 맛있지만 박대는 반건조 생선이기 때문에 잘못 구우면 살이 뻣뻣해진다. 그래서 부드럽게 한 번에 큰 살을 발라 먹을 수 있는 박대 조림을 더 좋아한다. 할머니는 박대 조림을 참 많이 해주셨다. 지금도 집에 내려가면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아직도 박대 조림을 직접 만들어주신다. 할머니가 만든 박대 조림은 어딘가 모르게 투박하지만, 딱 시골 밥상에 어울리게 정겹고 풍미가 넘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사랑하는 엄마가 해주신 마지막 반찬을 버리지 못한다는 어느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떠오른 음식이 ‘박대 조림’이었다. 이다음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박대 조림일 것이다. 할머니는 내가 박대 조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항상 박대를 쟁여놓으신다. 남들에게 생소한 이 생선은 나에게는 아주 흔하지만 또 특별하다.


투박하고 간단하지만 깊은 할머니표 박대조림


할머니의 박대 조림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할머니표 박대 조림을 배웠다. 앞으로 할머니와 함께할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기에, 기억하고 싶었다.


<강선애 할머니의 박대 조림>

참고- 할머니표 박대 조림의 계량은 무조건 감이다. 감!

재료- 박대 두 마리, 감자, 다진 마늘, 고주창, 고춧가루, 미림(청주), 설탕, 국간장, 대파 or 쪽파, 양파


1. 판판한 냄비에 감자를 넙적하게 썰어 제일 먼저 깐다.

2. 반건조 박대를 깨끗이 씻고, 지느러미와 꼬리는 잘라준다.  tip 얇은 껍질을 벗겨주면 비린내를 줄일 수 있지만 필수는 아니다.

3. 감자 위에 올려 넣고 물을 살짝 잠길 정도만 넣어준다.

4. 고추장은 반 숟갈만 넣는다. (고추장을 많이 넣으면 텁텁해질 수 있다.)

5. 맵고 칼칼한 맛은 고춧가루를 넣어 조절한다.

6. 다진 마늘 반 숟갈과 미림(소주 가능)을 두 숟갈 넣고 자작하게 끓여준다.

7. 적당히 맵고 단맛을 좋아하면 설탕(올리고당 가능)을 반 숟갈을 넣는다.

8. 양념이 국물에 벨 수 있도록 자작하게 계속 끓여준다.

9. 생선이 익었을 즈음, 국물 간을 보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10. 양파, 대파를 넣고 익을 때까지 한소끔 더 끓여낸다.

11. 아주 맛있게 먹는다.^^


이 박대 조림의 특징은 무 대신 감자가 들어가는 것이다. 물컹한 무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를 위해 할머니는 감자를 넣으셨다. 여느 생선 조림이 그렇듯,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생선 살을 얹어 먹으면 가장 맛있지만, 나는 종종 차가운 물에 밥을 말아 박대 조림과 함께 먹곤 했다. 더운 여름날 차갑고 촉촉한 밥 위에 짭짤한 박대 조림이 그렇게 맛있었다.


할머니는 옛날 사람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할머니는 박대 조림 말고도 다른 다양한 생선 요리를 해주셨지만, 항상 살이 없는 생선 대가리만 드셨다. 본인은 생선 머리만 조지면서 자식과 손녀에게는 큼지막한 생선살을 발라주셨다. 내가 박대 조림을 특별히 더 좋아했던 이유는 박대 조림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특별히 생선 대가리만 조지지 않아도 생선 살이 균등하게 잘 분포되어 있고, 머리 부분도 먹을 게 많아 할머니의 걱정 없이 가족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나의 한식 밥상은 할머니와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더 이야기하고 싶은 밥상은 많지만 가장 기억하고 싶은 밥상은 ‘박대 조림’ 한 끼이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나에게 생선살을 발라주었듯, 훗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박대 조림과 할머니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에 대한 간단한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