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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Aug 23. 2019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1호

복직을 하며 아이들의 부모님께 보내는 글


학부모 알림장 1호 

                                                                                                                                                        2019. 9.1      

 안녕하십니까? 3학년 6반 담임 조욱입니다. 저는 6개월간 육아휴직을 하고 9월 1일 자로 복직을 하여 3학년 6반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3학년과 1학년 아들 둘을 돌보며 많은 고민을 하고 또 그 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많은 에너지와 고민을 필요로 하는 것과 동시에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그만큼 행복을 주는 것임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자기 안에서부터 행복해야 타인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요. 


학부모 알림장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학기 동안 계속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학부모 알림장으로 아이들의 학교생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 활동, 교사로서의 고민, 학부모님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철학 등을 기록하여 전하는 소통의 수단이 될 것입니다. 가정에 배부하면 꼭 읽어 보시고 아이들과 학교생활에 대하여 얘기를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거나 저에게 전할 말씀이 있으신 경우에 학부모 알림장 여백을 활용하셔서 적어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학교란 ‘내 삶에서 나의 주체적인 생각을 세워나가며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고민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행복은 스펙 순이 되어버린 사회의 구조 속에서 학교에선 경쟁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을 받게 하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은 점점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보다 부모가, 교사가 원하는 것에 자기 자신을 맞춰가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그려나갈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고 크고 작은 흔들림에 주변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도 받지 못하고 옆의 친구는 나와 생각, 삶, 정을 나누는 이웃이 아닌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똑똑하지만 계산적인 사람보다 어리숙하지만 정직한 사람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크게는 지구에 더 기여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아이들과 생활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3학년 6반 아이들과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이웃과 삶을 나누는 시간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자연과 더불어 활동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정규 교과를 소홀히 하지는 않겠지만학습과 더불어 보다 더 소중한 마음가짐들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오랫동안 학교라는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많은 상황을 보고 겪어 왔습니다. 그 상황은 보는 관점에 따라 때론 문제 상황으로, 때론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우리 어른이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그래야 합니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가 흐릿해지는 세대를 지나가며 아이들은 기댈 곳이 필요합니다. 실수에 대해 용서받는 경험이 절실합니다. 자신이 용서받는 경험이 있어야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 경험을 우리 어른이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들의 삶의 모습은 가까이 지내는 어른을 통해 보입니다. 때로는 담임인 저를 통해, 부모를 통해 어떤 모습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지 항상 되돌아보아야 하겠지요. 무섭고 두려워서 따르는 어른이 아니라 정말 멋져 보여서 따르고 싶은 삶을 살도록 저부터 저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저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아이들과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살 수 있도록 저와 아이들의 삶을 응원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다음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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