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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영 Jul 23. 2020

말싸움을 못하는 MBTI유형

난 유재석과 같은 유형

언젠가 연예인의 MBTI 결과 유형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침대에 누워 인스타를 하고 있는 와이프가 한번 보라고 해서 본 걸로 기억된다.


내용 중에 다른 건 잘 기억이 안는데 딱 두 가지가 기억난다.


하나는 나와 같은 유형의 연예인이다.


누굴까?



'유재석'


얼마나 신나던지. 유재석과 MBTI 유형이 같다고 하니 말이다.


내가 그렇게 유머 있고, 성실하며, 언제나 대세 방송인, 앞으로 송해 선생님 마냥 오랫동안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TV에 나올 것 같은 인물과 내가 MBTI 유형이 같다니 참으로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 외에도 한 가지 더 생각나는 내용이 있다.


이건 그리 좋지 않은 얘기.

뭔고하니.


'말싸움을 못한다'


아씨, 왜?

말싸움 잘하고 싶은데 왜 말싸움을 못하냔 말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이 말에 곧 수긍했다.

진짜 말싸움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저냥 하고 싶은 말 말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잘 못한다.


벼르고 벼르고, 준비하고 준비하고 가도 생각했던 말을 잊어버리거나

뉘앙스가 다르거나 핵심을 빠뜨리는 실수를 하곤 한다.


얘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후회막심이 되는 것이다.


'다시 얘기해' 할 수도 없고 말이다.



오늘 우리 오너(리더가 아니기에 오너-뭔 말인지 알기를)가 실적이 안 나왔다고, 목표량이 잘못됐다고

온 힘을 다해 까대기 시작한다.


언제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니까 실적은 상관없어' 하던 인간이 금세 말을 바꾸어

'실적을 내라는 얘기는 아니야'라는 거지 같은 서두를 달고, 실적 타령의 타작마당을 벌인다.


난, 내 성격상 수긍할 수 있냐 없냐는 내용에 달린 게 아니라 태도에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오너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자존심 깔아뭉개는 톤, 보이스와 함께 제스처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

역시 남다르다.


이런 시추는 하나도 수긍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토해내는 말들에 하나하나 반발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 지랄에는 저 지랄로, 저 지랄에는 이 지랄로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용솟는다.


가정이 있으니 버티자는 마음이지만, 한 번쯤 치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다.

그럼에도 참는다. 때를 기다려야 하니.


묵묵히 들었다. 이 오너의 특징은 지지와 격려 따윈 1도 없으며, 사람들을 깔 때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다 들으라고 소리치며 한 사람을 만신창이를 만들어버린다는 거다.


이에 점점 전투력이 상승한다.


모든 고초를 겪은 뒤 사건을 복기하며 곰의 쓸개를 핥는다

시점은 9월 명절수당을 받고 나서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기로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적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질하다.

핵심만 얘기한다. 모든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 오너가 했던 방식으로 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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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났다. MBTI


'말싸움을 하지 못한다.'


와신상담의 복수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아주 간단명료하게 정곡을 찌르는 복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난 말싸움을 잘 못하는 유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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