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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Apr 10. 2023

'마니아'보다 '많이 와'가 좋지!

2023서울모빌리티쇼, 51만 명 동원하며 폐막

지난 3월 31일(금)부터 4월 9일(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3서울모빌리티쇼’가 누적 관람객 수 51만 명(잠정 수치)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21년 11월에 ‘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꾸고 열린 첫 전시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치. 2019년의 62만 8,000여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흥행에서는 성공이었다. 



비록 한국 GM의 주요 브랜드 및 인기 수입차 브랜드 상당수가 불참했지만, 로보틱스와 전기차 인프라 관련 시스템, 테크 스타트업 등의 참여로 모빌리티 분야의 융복합 전시회로서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고,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 측은 자평했다. 


전시 중간중간에는 정의선 회장 등 자동차 업계 거물들이 예고 없이 현장을 ‘스윽’ 둘러보고 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슬라 부스를 관심 있게 봤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 정의선 회장이 테슬라에 대해 모를 리는 없고, 그보다 강력한 경쟁자인 테슬라가 한국 시장의 대중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몸소 느껴보려는 데 진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 관계자들 이야기. 마침 근처에는 국내 최대규모의 현대자동차 테마 전시장인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번 전시는 ‘모터쇼’ ‘모빌리티쇼’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가진 고관여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기엔 어려웠다. 과거 대비 현대와 기아의 위상이 높아졌고, 그들의 신차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커졌다지만 적어도 너무 적은 완성차 참가사들, 특히 국내에서 잘 나가는 수입차들까지 불참했다는 것은 질적, 양적으로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마니아가 아닌 일반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호평이 있었다. 어차피 자동차를 열심히 보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 가족 단위 봄 나들이에 이만큼 좋은 콘텐츠도 드물기 때문이다. 참가사가 적어 각 전시관 사이 동선 간격이 넓다는 점은 관람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실제 차량 구매 수요와 밀접하게 닿은 신모델들이 대거 나온 점들이 아무래도 관람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EV9은, 패밀리카 사이즈의 전기차를 사고 싶지만 아직 1억 중반대를 훨씬 넘는 수입 전기차 앞에서 망설이던 잠재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GT-라인 트림과 다양한 아웃도어 패키지로 꾸민 EV9은 수많은 ‘아빠’들로 하여금 차 주변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기아 K5에 밀려 명성을 잃은 DN8 쏘나타는 페이스리프트인 ‘디 엣지’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현장의 분위기만 보면, ‘메기’로 불렸던 전기형 대비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전기차 구매 대안이다. 1세대 코나는 너무 작으면서 뒷좌석 높이는 지나치게 높았던 모습으로 아쉬움이 있었으나, 거의 기아 니로에 준하는 크기로 체급을 키우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 코나 2세대의 전기차 모델은 가격과 공간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이었다. 


혁신 기술 스타트업들이 대중들과 접점을 잘 찾은 것도 성과였다. 로보틱스, UAM, PAV 등 미래 모빌리티를 선보이는 뉴모빌리티(New Mobility) 분야에서도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에스케이텔레콤, 브이스페이스 등 9개사가 참여했으며 관객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마니아’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할지 모르지만 전시 자체의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많이 와’ 준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다만 이번에 찾아 준 저관여자 관객들이 다음에도 저관여자 수준에 머물러 있으란 법은 없다. 



강남훈 서울모빌리티쇼조직위원장 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한국 모빌리티 산업은 아직 육성과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 전제한 뒤 “ 서울모빌리티쇼 역시 마찬가지다. 모빌리티 산업의 융·복합이 심화될수록 관련 전시 역시 더불어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차기 전시회는 참가 기업 및 기관, 제품과 기술 등 전시 품목과 분야를 확장하여 미래 모빌리티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세계적인 모빌리티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례적 폐회사 같지만 모빌리티쇼가 처한 냉정한 현실에 대한 자기 인식이다. 이 인식이 2년 뒤 더 나은 모빌리티쇼의 거름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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