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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May 15. 2023

"'쌤'은 뭐 타세요?"

각 국가 교사들의 자동차 구매력

사실 교사라는 직업은 큰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다. 하지만 한 인간을, 사회의 쓸모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존경'을 기본으로 받는 직업이다. 부모 품에서 갓 벗어난 ‘아이’들을 예비 성인인 청소년의 단계까지 교육시킨다는 일은 보통의 각오로 되는 일이 아니다. 물론 교사 개개인이 존경에 합당한 지는 잠시 논외.



이번 콘텐츠에서는 세계 각국 권역별로, 선생님들의 자동차 구매력을 살펴봤다. 교사의 연봉과 관련된 내용은 OECD(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2021년 교사들의 15년 경력 유지 시 연봉 현황을 참고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실제 교사들의 연봉 기준과 OECD 데이터가 다를 수 있다.



아 기본 포르쉐 엔트리까진 가능? 룩셈부르크와 독일


룩셈부르크와 독일은 교사들의 연봉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나라다. 물론 교사가 되기 위한 학력 수준도 더 높게 요구되나, 그만큼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룩셈부르크(이미지 출처 Envato Elements)


룩셈부르크와 독일 국민들은 이 부분에 대해 은근히 자존심 싸움도 있다. 2021년 OECD 자료 기준으로 보면 일단 외형 상 룩셈부르크 승. 초등학교 기준 10만 4,846 달러(한화 약 1억 4,000만 원), 중등 이상은 평균 11만 2,266 달러(약 1억 5,000만 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독일은 각각 8만 5,049 달러(약 1억 1,300만 원), 9만 5,933 달러 (약 1억 2,800만 원) 수준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W214)


다만 실질적인 구매력은 독일의 교사들이 앞선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메시지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주택 월세를 비롯해 여러 생활 물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 가솔린 가격은 리터 당 거의 1.7~1.8 유로로 동일하나 4인 가족 기준 월 생활 물가가 1,500유로에 달한다. 독일보다 대략 400~500유로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도 두 나라 다 다른 나라들의 ‘쌤’ 대비 압도적으로 자동차 구매력이 높은 것은 사실. 이렇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공교육 수준은 종종 다큐멘터리에도 나올 만큼 압도적이다.



단순히 차량 가격만 보면 두 나라 모두 선생님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E 클래스 급은 무난하게 탈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독일의 경우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어떤 직종이든 폭스바겐, 토요타 등의 인기가 높다. 본격적인 전동화가 시작된 2020년대 들어서는 현대와 기아의 4~5만 유로대 주력 전동화 라인업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교사 연봉 수준 낮지 않네? 제네시스 탈만


OECD 가입 국가 기준 교사 연봉의 최빈값이 나타나는 구간은 4만에서 6만 달러 구간이다. 이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초등학교와 그 이상 급 모두 공히 15년이 지나면 8,4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교직이라는 직업의 특성 상 지나치게 사치성이 강한 차는 구매하기 어렵겠지만 교사로서 15년차라면 준대형급의 차량을 구매한다고 해서 상사의 눈치를 볼 단계는 아니다. 게다가 최근 2~3년 사이, 전동화와 반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혁신 적용으로 국산차량의 가격도 수입차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 아무리 다른 조직 대비 위계 서열이 강하다고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도 교사들의 차량 상향 구매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주택 구매 시 낮은 금리가 제공되는 등 여러 혜택이 있어 차량 구매나 선택에 있어서도 다른 직종 대비 부담이 덜한 편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가정의 달 특별 혜택으로 교사를 위한 특별 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여전히 나의 크레~스타”, 제자리걸음한 일본 교사 연봉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애니메이션 <GTO(Great Teacher Onizuka)>에서 교감인 우치야마다 히로시는 매번 “나의 크레스타”를 비장하고 처절하게 외친다. 주인공인 오니즈카가 이런저런 이유로 차를 부숴버리기 때문. 이 크레스타는 토요타의 준대형 세단으로,  일본은 1990년대 이전부터 경차 보급에 힘썼고 중형차량을 보유하는 데 있어 많은 제약을 두었는데,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준대형차를 살 수 있었던 직종이 중견급 교사다는 걸 알려주는 설정이다.


1980년대의 토요타 크레스타


실제로 1990년대의 교사는 일본 국민들의 1인당 평균 소득 대비 2배에서 2.5배의 연봉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초등학교와 중등 이상급 모두 15년차 교사의 평균 연봉이 4만 9,356만 달러(약 6,600만 원)이다.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9,000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격차가 줄어든 셈이며, 다른 직종들과 마찬가지로 시대 기준 대비 퇴보했다. 그나마 저성장 국면 속에서 물가가 워낙 싸다 보니 소비력은 높은 편이었는데, 최근 미국이 동맹국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수출해버린 인플레이션 덕분에 그 시절조차 가버렸다.


다만 일본은 자국산 차량과 수입차 모두 브랜드 저변이 넓다. 차가 그다지 크지만 않다면 개성과 스타일, 실용성을 중시한다. 한국에서 100대 팔기도 어렵다는 DS 브랜드가 일본에서는 연간 2,000대씩 팔리고 푸조와 시트로엥의 C 세그먼트급 차량들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 편차 큰 미국 교사들의 구매력


미국은 OECD 국가는 아니지만, 경제 규모 대비 교사의 연봉 수준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모두가 박봉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며 2020년 기준, 5만 5,000달러를 기준으로 상하위가 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한국 교사들의 연봉은 미국에서 20위권 안쪽이라는 게 유학원 등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당연히 구매할 수 있는 차량도 편차가 크다. 교사 연봉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진 유타나 미시시피 주는 대략 4만 5,000~4만 7,000달러 선. 현재 미국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웬만한 나라의 중산층에도 끼지 못한다. 신차를 여유롭게 사려면 그나마 현대의 코나나 투싼 저가형 트림, 혼다나 토요타의 저가 모델, 포드 등이 답이다. 비싼 전기차 역시 이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미국은 특수학교, 대안학교 등 전문성을 띠는 교육기관의 교사들에게는 많은 연봉을 지급한다. 심리학, 임상병리학 등에서 석사 학위 이상을 갖고 있는 인력들이기 때문. 미국 드라마에서도 이런 유형의 교사들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최근 미국 드라마에서 중산층 이상은 테슬라나 전동화 모델을 보유한 것으로 나온다.



슈퍼카의 나라 이탈리아, 교사는 다른 나라에 산다?


유럽 일부 국가의 교사들은 상당히 낮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특히 유럽 내 4번째로 1인당 총생산액이 큰 이탈리아의 교사 연봉은 4만 달러대에 턱걸이한다. 중등 이상 교사의 경우 프랑스보다 약간 더 높은 4만 4,212달러이고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약간 더 낮은 3만 9,563달러 수준이다.


이탈리아 하면 페라리, 람보르기니, 파가니, 모터사이클로는 두카티, 아프릴리아 등을 떠올리겠지만 역시 피아트, 푸조 등의 B, C 세그먼트 차종들이 잘 팔리는 나라다. 교사들의 소득이라면 푸조의 SUV 라인업이나 폭스바겐의 ID 패밀리 전기차 등이 가능한 선택지다. 참고로 유럽 다른 국가에서는 좋은 평을 받는 현대와 기아의 경우 이탈리아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 언젠가 이걸로 모시겠습니다"


이탈리아의 교사들은, 제자들이 성공해서 슈퍼카를 타는 것을 보는 것이 차라리 보람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자신이 길러낸 후대가 자신보다 돋보일수록 행복한 것이 바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특권 아닐까? 아무리 시대가 변질됐다고 하지만, 교사를 넘어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일생을 건 이들이라면 이런 마음으로 제자들을 대해 온 이들이 더 많을 것이고 그들 덕분에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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