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휠로그 Jul 07. 2023

렉서스'다움'으로 '다음'을 생각하다

렉서스 5세대 RX∙첫 전기차 RZ 450e 트랙 & 공도 시승 행사


한국엔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동화 실력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전동화 선전도 그런 시각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산업계를 보다 냉정하게 보는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토요타의 ‘다음’에 주목한다. 고급 준대형 SUV이자 국내 시판 첫 하이브리드 차종 타이틀을 보유한  RX의 5세대 모델과 브랜드 첫 전기차 RZ 450e는 그 ‘다음’을 위한 예고하다. 6월 23일, 인제스피디움과 그 주변 일대에서 진행된 시승회 ‘렉서스 일렉트리파이드 익스피리언스 데이(Lexus Electrified Experience Day)’에서 이를 경험해보았다.


이번 RX의 대표 컬러인 소닉 카퍼(Sonic Copper)와 RZ 450e의 대표 컬러인 이더 메탈릭(Aether Metallic)



햇빛을 베는 라인, 스핀들 바디의 RX와 RZ


‘렉서스 일렉트리파이드 익스피리언스 데이’ 시승회는 아침에 도착해 시승 체험을 하고 1박 후 다음 날 떠나는 1세션과, 첫 날 저녁에 도착해 다음 날 내내 차량을 경험하는 2세션으로 구성됐고, 기자는 2 세션으로 참석했다. 개인적으로 여름의 인제스피디움 호텔을 좋아한다. 일찍 찾아온 새벽은 안개가 가득하고 흐려서 비라도 오려나 싶지만 그럴수록 낮에는 쨍하고 맑다. 이런 날은 새벽이건 한낮이건 오후건 색이 날카롭게 살아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자네 두부 배달 해볼 생각 없나?


렉서스는 차체 디자인에서 ‘날’을 잘 살린다. 전 라인업이 그러하다. 그러면서 단차 하나 없는 정교함은 정교한 칼과 같다. <길복순>에서 재일교포 야쿠자 역 황정민이 예찬한 일본도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번 렉서스는 전면 디자인에서 스핀들 ‘그릴’이 아닌 ‘바디’를 내세웠다. 렉서스 내부적으로는 ‘스핀들 그릴을 망가뜨려라, 그러고도 렉서스임을 알게 하라’는 오더가 내려왔다고 한다.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을 것 같다. 다행히 스핀들 바디는 스핀들 그릴의 전체적인 형상을  살리고 그릴 상단부를 차체와 일체화하며 좀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모습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전기차는 기능적으로 엔진을 식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다. 그런 점에서 RZ의 스핀들 그릴은 오히려 답을 도출하는 과정은 심플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RX는 하이브리드라도 엄연히 엔진이 있다. 게다가 5세대 모델에 와서는 엔진 출력만도 280ps에 가까운 2.4리터 가솔린 터보 기반 하이브리드도 있다. 그만큼 속이 뜨겁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런 조건 위에서 전동화의 구조적 특성을 상징하는 스핀들 바디를 어떻게 넣을지가 고민이었을 것이다. 결과와 답은 훌륭하지만, 자칫 비율이 무너질 수 있을 만한 부분, 예컨대 L 시그니처 LED 주간주행등이 모이는 부분, 엠블럼이 위치하는 부분, 후드 좌우로 뻗은 캐릭터라인의 시작점 등을 잡는 데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엠블럼의 상하를 반분해 그 위쪽으로 전기차의 앞쪽처럼 막혀 있는 ‘스핀들 바디’의 느낌을, 아래쪽으로는 엔진이 있는 차량의 냉각에 필요한 그릴의 형상을 유지한 것도 절묘하다. F 스포츠 트림의 경우, 상징적이라 할 수 있는 메쉬 타입의 그릴이 적용됐다. 



뛰어난 도장 마감은 RX, RZ의 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흐린 아침에는 뛰어난 반사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하는 한편 쨍쨍한 한낮에는 오히려 밝은 부분과 음영부의 구분이 자연스러운 가운데 본연의 채도가 살아나, 셔터만 눌러도 보정이 필요없는 모습이 나왔다. 



RZ 450e에는 고양이 귀가 있다?


렉서스의 이번 시승 행사는 6월 21일 송파구 커넥트투에서 진행된 런칭 행사에 바로 이어서 진행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행사에는 콘야 마나부 토요타 코리아 대표는 물론 오노 타카아키 RX 개발 수석엔지니어(CE), 카사이 요이치로 RZ 개발 부수석 엔지니어(ACE)가 동행했다. 조를 나눠 진행되는 시승행사 중간에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조별로 돌아가며 문답세션을 가졌는데, 하루 기준 60개, 양일간 총 120개에 가까운 짊누에 성심성의껏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RX 개발 담당 수석 엔지니어(CE) 오노 타카아키


두 엔지니어들이 답변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렉서스가 기존 고객들이 렉서스 브랜드에서 느꼈던 만족감을 전기차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한 연구의 흔적이었다. 파워트레인, 섀시, 공력 성능 구현, 인테리어와 인터페이스 등의 요소에서 ‘렉서스다운 전동화’의 실체를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다시 설명하는 데 주저함과 힘들어함이 없었다. 엔지니어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의 직업인으로서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이었다. 


렉서스의 디자인을 보면 어느 차종이나 기능적으로 훌륭하지만 ‘이게 뭐지’ 싶은 부분들이 보인다. 특히 RZ 450e의 루프와 리어 윈드실드가 만나는 부분 좌우에 작은 돌출형 파츠 두 개가 있다. 


“그건 개발 당시에 고양이 귀(猫の耳)라고 불렀습니다.” 모양이 특이하다는 질문에 대한 카사이 요이치로 부수석 엔지니어의 답이었다. 


'전기 츄르' 먹는 고양이, RZ 450e


RZ 개발 담당 부수석 엔지니어(ACE) 카사이 요이치로


이 장치의 역할은 쿠페형 차량의 특성상 후미 좌우에서 발생하는 양력(떠오르는 힘)을 억제하기 위한 구조다. 토요타 그룹 전체로 보자면 후미 ‘귀퉁이’의 구조물을 통해 공력을 제어하는 것이 드문 시도는 아니다. 프리우스 4세대 후기형의 리어 램프 디자인, 렉서스 NX의 돌출형 후미등이 대표적이다. 고양이 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다다(전력질주)’를 시전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 귀가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연속체험, LC 500 컨버터블 짐카나 & RZ 450e 


개별 시승차량으로 타봤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패독을 활용해 LC 500 컨버터블과 RZ 450e의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조 편성 운이 좋아, 프로그램을 기획한 목적대로 LC를 먼저 타보고서 RZ를 타게 됐다.


LC 500 컨버터블은 이 영역에 몇 남지 않은 자연흡기 5.0리터 엔진 스포츠카다. 동시에 동급의 어떤 차보다도 정교하고 고른 구동을 자랑하는 엔진이다. 최고 출력 477ps(7,100rpm), 최대 토크 55.1kgm(4,800rpm) 10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트레인. 사실 이 차를 시승했을 때 가격도 가격인데다, 차량의 성향 자체가 GT 성향인 까닭에 격한 주행은 해보지 않았는데 새로운 경험. 기록 경쟁이 걸려 있긴 했지만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음이 나기 바로 직전까지만 주행했다. 좁은 슬라럼 통과 시의 속력은 약 45~50km/h, 원형 통과 시에는 45km/h, 급회피 조향 직전의 가속은 70km/h 정도.



RZ의 슬라럼 구간은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을 감안해, LC 짐카나의 경우보다 러버콘의 간격이 넓었다. 2,850㎜의 휠베이스, 전후 차축에 각기 150kW(204ps), 80kW(108ps)의 모터가 장착됐다. 


시작 구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 숨길 수 없는 렉서스라는 것을 느꼈다. 44.4kg∙m의 최대 토크는 급작스럽게 쏟아지지 않았다. 전기모터 구동음은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조용했다. 회생 제동도 회생 제동이지만 그 자리에 서야 할 때 유압식 브레이크가 들어오는 타이밍도 정확하고 이질감이 없었다. 지상고가 높은 SUV로 LC와 차이는 있지만 핸들링에 있어 부드러운 복원이 매력이었다. 



“그런 점을 느꼈다면 바로 우리가 의도한 부분이므로 감사하다”고 밝힌 카사이 유이치로 부수석은 “서스펜션이 어떤 것이냐 이전에 섀시가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차에 적용된 e-TNGA 플랫폼의 역량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른 전기차 브랜드들이 에어 서스펜션으로 무거운 차체의 거동을 구현하는데 비해 오로지 기계 구조 역학의 엄밀함만으로 재미있고도 편안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렉서스의 방향성이라는 얘기였다. 



RZ & RX 500h F 스포츠 릴레이 공도주행


시승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RZ와 RX의 시승은 2개 매체 기자들이 함께 타고 교대운전하는 방식. 덕분에 여러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기자는 환카(Fancar) 채널 이광환 기자와 함께 탔다. 이렇게 고급차의 승차감을 그대로 간직한 전기차는 처음 만났다는 평가. 특히 2열에서 촬영을 하고 있던 PD 역시 다른 전기차의 2열과 다르다는 의견을 전했다. 에어서스펜션으로 무장한 다른 전기차들도 2열에서는 박한 평가를 받는데, RZ는 내연기관 고급 SUV와 다르지 않다는 것. 



다만 주행 시 주행 모드 조작을 센터 스크린 안에 숨겨놓은 것은 다소 아쉬웠다. 충분히 자주 쓸 수 있는 기능인데, ES나 LS에 적용됐던 레버나 토글 스위치로 빼놓는 게 더 렉서스답지 않았을까.


인제스피디움과 합강정을 잇는 20km 구간, 기자는 절반 이상을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로 주행했다. 선행 차량과의 거리 조절에서 예비 제동이 들어간 것이 업그레이드된 LSS+(Lexus Safety System Plus)의 강점이다. 카메라 기반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PDA)의 전방 차량 검출 능력도 훌륭했다. 코너 구간의 경우, 속력이 빠르거나 급한 코너라면 스티어링휠을 어느 정도 조작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가벼운 조작만으로도 충분한다. 스티어링휠이 운전자의 의도를 아는 것처럼, 나아가 바퀴가 운전자의 의향을 파악한 것처럼 움직였다. 그 매 순간에 안정성이 우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RX 500h F 스포츠의 경우는 2.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다. 렉서스가 LS에 허용하던 ‘500’이라는 숫자를 RX에 허용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이 차가 승용 기반 SUV로서의 플래그십이 RX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인제 스피디움 주변 하추리 계곡 쪽을 주행하는 코스에서는 371ps의 합산 최고 출력보다 46.9kg∙m의 두터운 토크의 맛을 느낄 기회가 많았다. 코너 진입 시 제동은 거의 회생제동이다 보니 동력이 전개되는 느낌이 훨씬 심리스(seamless)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속 시 구동음의 인입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크라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이번 시승엥서는 차량 ‘뽑기 운’이 좋았다. 인테리어는 F 스포츠를 상징하는 다크로즈 시트. 오래 사용해도 물빠짐이나 갈라짐이 없는 견고함이 매력이다. 다만 폭신폭신한 가죽 트림이 들어가 이던 이전 세대의 대시보드나 크래쉬패드의 느낌도 그립다.


짧은 주간 시승으로는 채 확인하지 못한 매력 포인트가 많다. 마크레빈슨 21스피커 시스템, 멀티 앰비언트 일루미네이션 시스템, L 시그니처 헤드라이트 등은 해가 지는 시간에 더 매력을 발휘할 만한 요소다. 이는 개별 시승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회장님 차’ LS를 서킷에서?


시승 프로그램의 마무리는 서킷 주행. 인제스피디움 서킷의 3.98km을 둘로 나누고 차종도 별도로 진행했다. 기자가 탄 차량은 고속 주행과 코너링을 중심으로 한 구간으로, LC 컨버터블과 LS 차량을 배정받았다. 그러니까 짐카나 & 슬라럼 테스트에서 대략적인 핸들링 특성을 경험해 본 후, 공도에서 이를 활용해보고, 서킷에서 다시 렉서싀 내연기관의 최상위 차량을 경험해 봄으로써 렉서스가 지향하는 재미있는 전동화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느끼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렉서스코리아가 시판 중인 풀 라인업


랩 타임이 별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인제 스피디움의 코스 라인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렉서스 측은 이렇게 경험 있는 기자들을 위해, 러버콘을 코스 내에 설치하고 긴급 회피, 고속 슬라럼 등을 체험할 수 이게 했다. 선수급 드라이버들이 1명씩 인스트럭터로 시범을 보여준 후 동승으로 체험을 진행했는데, 기자의 경우는 쏠라이트 인디고, 원레이싱 등을 거친 베테랑 드라이버 이원일 선수와 함께 했다. LC와 LS 차량의 핸들링 테스트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만 짚어준 덕에 쉽고 편안하게 렉서스가 지행하는 ‘편안한 재미’를 서킷에서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플래그십인 LS의 경우 차가 알아서 코너의 물리력과 싸워준 덕분에 헤어핀 구간에서도 부담이 없었다. 아니 싸운다기보다 노련하게 협상을 하는 것 같은 운동성이었다. 견고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춘 LS의 주행 감각은 사실 과소평가된 면이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전고체 배터리 기반 전기차 개발을 천명했다. 내연기관 공룡이 때를 기다리며 축적한 실탄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이미 폭스바겐그룹이 보여주고 있다. 이제 토요타와 렉서스의 차례다. 게다가 토요타의 경우 파나소닉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배터리 기술도 실질적으로 내재화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편안함과 주행의 안정성이 공존하는 고급 전기 SUV로 맛은 보여줬다. 그 힘을 여러 라인업으로 확산할 차례다. 렉서스’다움’이 전동화의 ‘다음’ 스텝을 어떻게 구현할지 기대해볼 만하다


작가의 이전글 내년엔 연예인들 다 이거 타겠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