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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Jul 21. 2023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직판',
루머? 사실?

“글로벌 변화에 따를 뿐” vs “딜러 덕에 커놓고…생존권 보장하라”


6월 말 7월 초부터 주요 일간 매체들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직판 운영을 기정사실화하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C 일간지의 경우 ‘단독’ 타이틀을 붙였다. 그런데 단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기사의 머릿말은 ‘확인된 바 없다’고 끝맺음했다. 매체 이름값을 못하는 무책임함이다. 일단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와 양대 딜러사인 한성, 효성 모두 확인한 결과 ‘아직 공식적인 진행 지시나 착수한 업무 절차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이런 기사가 2024년 계획을 진행하는 하반기 초입에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아니 땐 굴뚝의 연기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결국 테슬라처럼 한다…IT 기술 자동차 판매 방식도 바꿔


자동차는 다른 재화들과 달리 온라인 판매 전환이 가장 늦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격이 집 다음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도 시 제품의 상태에 고객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브랜드 이상의 차종을 구입하는 경우, 차를 매개로 딜러사와 고객, 또는 고객과 고객 간에 인적 관계가 형성되는 등 무형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온라인을 통해 직접 차량을 판매한다는 '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연 루머이기만 한 것일까?





이 방식을 깨뜨리고 성공한 것이 테슬라다. 하지만 온라인 테슬라의 예약은 초창기 생산 지연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한 면피용의 성격도 있었다. 2016년 상반기에 화제를 모으며 시작된 모델 3 구매 예약은 얼리어답터 인증과 같았다. 또한 테슬라에 관심을 보이고 구매하는 이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사업보다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영역의 종사자들이어서 딜러와의 교감, 유대 등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여기에 차를 3년 4개월 뒤에 인도할 수 있더라도 그 시점에 가장 진보한 대중형 고성능, 장거리 주행 가능 전기차는 모델 3밖에 없을 것이라는 테슬라의 자신감도 시너지를 이뤘다.



물론 기존 제조사들도 온라인 주문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보조 성격이나 할인을 위한 이벤트 성격이었다. 팔리지 않는 물량을 e-커머스로 해소하는 경우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팬데믹 기간 동안 ‘판’이 바뀌었다. 고객들은 반강제로 자동차 온라인 구매를 경험했다. 시승부터 계약까지 딜러사의 판매담당자와 마주치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했다. 


이 시기에는 딜러 입장에서도 온라인 판매가 나쁜 일이 아니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팬데믹 기간 동안 자동차 판매는 오히려 급격히 늘다 보니 차량 공급이 부족했는데, 딜러는 차량이 출고돼야 ‘수금’할 수 있는 구조다. 즉 출고 지연 사례가 많았던 팬데믹 기간에 오프라인 고객 응대는 오히려 비용이었던 것이다. 


IT 기업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가 큰 비용이라고 본다. 대표적인 경우가 온라인 금융사인 토스다. 토스뱅크의 적금 이자는 시중은행의 서너 배가 되고 대출 이자는 훨씬 싸다. 그럼에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데 드는 비용 즉 영업점 임대료와 인건비가 없기 때문이다. 


영업점 임대료 및 근무 인력을 없애고 고객에게 높은 적금이자를 주는 토스뱅크


한국에서 차를 팔고 있는 외산 브랜드들은 이 기간 동안 ‘직판’의 가능성을 충분히 목도했다. 어차피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온라인 판매 구조를, 딜러사와 함께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판매량 자체를 중시했던 과거보다 이익을 올리는 것이 우선힌 현재 트렌드도 경영진에게 메시지가 됐다.



“재주는 뭐가 넘고 돈은 누가 챙긴다더니” 뿔난 딜러사들


당연히 딜러사들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사태의 대표격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최대 딜러사의 지분이 49%다. 딜러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해 온 고객 충성도 관리 업적도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이 결국 고객의 재구매 및 신규 고객 연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광고의 집행도 마찬가지다. 특히 2016년 이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수익성 향상에 큰 공헌을 한 AMG 브랜드의 성장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역량이 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AMG 브랜드 하우스가 대표적이다. 


한성자동차가 운영하는 AMG 전용 라운지 AMG 서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일가인 범 효성그룹 산하 더클래스 효성 역시 마찬가지. 공시적인 입장은 아직 정리되기 전이라고 하지만 전현직 딜러들 간에 오가는 이야기는 심상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딜러 출신 관계자는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옛말 틀린 것 없다”고 한탄했다. 다만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그래서 업계를 떠났다고 밝혔다. 



사실 딜러사들은 한 브랜드가 자동차 소비자층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볼보의 경우가 그렇다. 볼보의 한 전무는 신차 공개 행사장에서 “딜러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닌 게 아니라 기자와 인플루언서 가리지 않고 주말 시승차를 운영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경험하고 전파할 수 있게 하는데 딜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다양한 이벤트에 차량을 동원하는 것에도 적극적이었다. 지금 볼보가 보여 주는 결과는 본사와 딜러의 신뢰가 쌓인 결과다. 



“고객들 가격 민감하고 새 트렌드에 금방 적응해…시대 변했다”


물론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본사들도 할 말이 많다. 온라인 직판 전환은 시대적 트렌드를 따를 뿐이라는 것. 영업 이익을 올리기 위해 제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전략적 판단이고, 오프라인 딜러망의 축소와 온라인 판매 확대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혼다코리아도 호주 법인에서 진행하던 완전 온라인 판매를 국내 시장에 도입해 좋은 성과를 보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2025년부터 완전한 온라인 형태로 직접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전환에 성공한 혼다코리아


특히 딜러사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자동차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 압력이 클 때는 결국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방법이다. 같은 차가 세대 변경을 거치고 전동화 기술, ADAS(능동형 운전자보조), 첨단 편의 기능을 넣으면 당연히 가격이 오르지만 고객들은 내용엔 큰 관심이 없다. 오른 가격에만 집착하는 기사, 온라인 컨텐츠도 이런 경향에 일조한다. 


그렇다면 직판을 추진하는 이유가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차를 팔기 위함일까? 그럴 리 만무하다. 본사들은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딜러사 지분, 오프라인의 프리미엄 경험 대체 여부 변수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2024년부터 차량의 직접 판매를 진행할 것이라는 ‘루머’가 루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속 성장한 메르세데스 벤츠지만 결국 한계점은 올 것이고 그 때를 위해 수익 구조를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경영진 내부에 공유돼 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벤츠의 경우는 특수한 조건도 존재한다. 바로 글로벌 기준으로 너무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 화교 기업인 레이싱홍 그룹 때문이다. 한국의 한성자동차, 스타오토홀딩스 등이 모두 이 회사 계열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화교 기업 배만 불린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이것이 불편한 건 한국인들만이 아니다. 독일 본사 역시 이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레이싱홍 그룹 홈페이지. 한성자동차도 좌측 상단에 보이는 로고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막강한 지분을 갖고 있는 딜러사와 하루 아침에 ‘손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서로가 서로의 패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여전히 유력한 고객인 부유한 장년층 고객들을 관리해 온 노하우를 본사가 온라인 기술로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아무리 AI 기능을 통해 업무를 자동화한한다고 해도 사람이 필요한 부분이 생긴다. 이를 본사가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기술 발전에 따른 유통 구조 단순화와 딜러사의 역할 축소가 자동차 산업계만 비껴가란 법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를 위시해 주요 수입차 제조사들의 ‘직판’은 일어날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묘한 능력이 있어도 사람은 제 팔꿈치 제가 핥지 못한다.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 아무리 치밀해도, 딜러사의 지분이 아무리 막강해도 어느 한 쪽의 ‘손모가지’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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