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에서 폭우로 범람한 미호천의 탁류가 쏟아져 들어와 10여 대의 차량이 고립되고 18명이 사상(14명 사망, 4명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금강 홍수통제소가 각 지자체에 범람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청주시는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
폭우로 범람한 하천(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으로 사건과 무관)
그런데 여기에는 사고 시 가이드라인이 될 조례가 무척 허술해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침수 시 도로 중앙부 수위가 50 cm가 될 때 도로 통제 등에 나서도록 돼 있는 것.
청주 흥덕구청 수해 복구, 대비(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 사건과 무관)
국내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의 휠 직경 대부분 17~18인치
22인치라 해도 55.9cm 수준인데
수위 50cm가 대략 타이어 높이 절반이란 자료는 어디서
사실 이 조례가 이렇게 허술한 것은 해당 담당자들의 무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청주시의 한 담당자는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50cm 가 자동차 바퀴 높이이 절반 정도라고 언급했다. 50cm 라면 19.685 인치다. 타이어의 사이드월(측면) 높이가 더해진다고 해도 50cm가 어떻게 타이어 높이의 절반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승용차를 기준으로 타이어의 직경이 커지면 사이드월의높이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자동차 종류마다 타이어의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대충’ 알아본 결과라고 해보자. 50cm 가 타이어 높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정도의 차량이라면 애초에 침수 걱정을 별로 할 필요가 없는 대형 차량이다. 국산 차량을 기준으로 해도 대부분 17~19인치 타이어가 장착되고, 최고급 수입 SUV라고 해도 22인치 정도가 한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중 하나인 아반떼의 휠은 17~18인치(43~45cm)다
게다가 도로 중심부의 수위를 기준으로 본 것도 문제. 차도는 항상 가운데가 제일 높다. 가장자리에 배수구가 있기 때문. 가장 높은 곳의 수위는 안전을 충족한다 해도 가장자리로 갈수록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을까?
아주 먼 과거도 아니고, 2023년에 제정된 조례다. 지금은 국내의 안전 매뉴얼도 크게 발전했고, 선진국의 안전 사례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국내 실정에 맞게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들이 있다. 도로교통공단이나 한국교통안전공단, 하다못해 지역 국립대의 안전공학 전공 교수에게 한 마디만 물어봤더라도 50cm 라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교통안전국(NHSTA)는 폭우 시 차량 운행 자제 권고 수위를 12인치(30.48cm)로 두고 있다. 세단이라면 시동이 꺼질 수 있고, 차체가 높은 SUV나 픽업트럭이라면 타이어가 마찰력을 잃어 전진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폭우 시 수면 30cm만 돼도 타이어는 마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폭우 시 도로 통제를 위한 침수 수위의 기준이 50cm라니, 50mm라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말이 잘못 나왔다는 말이라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