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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Jan 04. 2024

"나 달라진 데 없냐"라는 SUV의 아버님

지프, 더 뉴 2024 랭글러 국내 출시

세대를 거듭하며 완전한 ‘변화’를 지향하는 차들이 있는가 하면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진화’를 택하는 차들도 있다. 유럽에 911이 있다면 북미에는 지프가 그것이다. 지프는 SUV라는 말이 자리잡기 전에 장르명을 대신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물론 그래서 최신 SUV 트렌드에서는 약간 밀리는 부분도 있다. 아무리 경쟁을 거부하고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승부한다 해도 시대의 흐름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 모험가들의 동반자라는 타이틀을 지키되 동시대 고객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지프 더 뉴 2024 랭글러 세븐 슬롯 그릴

작은 변화의 비밀


지프 랭글러에서 세븐 슬롯 그릴의 상징성을 다시 언급한다는 것은 불필요하다. 이 형태는 저단 기어를 주로 사용하는 험로 주행에서 파워트레인과 순환 계통의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더 뉴 2024 랭글러의 그릴 상하 폭은 전체적으로 약간 줄어든 가운데, 세븐 슬롯 즉 그릴 자체는 커졌다. 전체적 디자인에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되 기능적으로 오프로더로서의 본질을 더 강화한 것이다. LED 헤드램프는 서라운딩 링 라이트를 새로이 적용해 야간에 더욱 아이코닉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지프의 올드함을 보여주던 장비인 스틸 안테나가 사라지고 윈드실드 통합형 안테나가 최초로 적용됐다. 이 역시 숲이 우거진 험로 구간에서 더 효율적인 주행을 가능케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보닛 후드 쪽으로 윈드실드를 접을 수 있는 기능은 유지됐다.



험로 주행 성능 유지

온로드 효율 강화된 파워트레인


더 뉴 2024 랭글러의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동일하다. 최고 출력 272ps(5,250㎜), 최대 토크 40.8kg∙m(3,000rpm)이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고 지프 특유의 저단 변속기가 작용된다. 변속기는 트림에 따라 종감속비가 다른데, 스포츠 S 4도어와 사하라 4도어는 3.45:1, 루비콘 2, 4도어는 4.1:1이다.

 


4x4 시스템은 트림에 따라 2.72:1 셀렉-트랙(Selec-Trac) 풀타임 4WD 시스템 또는 4:1 락-트랙(Rock-Trac) HD 풀타임 4WD 시스템이 적용된다.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은 눈길, 머드, 샌드 등의 다양한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전자식 전복 방지 및 카라반 견인 등에 유리한 트레일러 스웨이 댐핑 등을 포함한 안정화 장치가 적용됐다. 루비콘 트림의 경우 오프로드 플러스 모드, 퍼포먼스 서스펜션,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도 적용된다.

 


랭글러가 천하의 오프로더라지만 랭글러가 팔리는 주요 시장인 선진국의 도시화율은 90%에 육박한다. 압도적으로 온로드 주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만큼 온로드에서의 효율도 중요하다. 스탑 앤 고(Stop & Go)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보조 시스템, 풀-스피드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사이드 커튼 에어백, Keyless Enter ‘n Go 스마트키 시스템, 원격 시동 시스템, 센트리 키 도난 방지 시스템, 어린이 전용 시트 앵커 시스템(LATCH), 시큐리티 알람 등을 기본으로 적용해 안전성을 한층 강화했다.



12.3인치 터치스크린 적용

안락감 더한 시트


더 뉴 2024 지프 랭글러의 실내의 경우는 변화의 폭이 크다. 특히 12.3인치 터치스크린은 전체적 분위기를 바꿨다. 시인성을 높이면서도 랭글러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유닛 디자인이 눈에 띈다.



또한 장시간 주행 시 피로를 덜어 주는 12방향 전동시트를 랭글러 최초로 적용했다. 사하라 트림의 경우 프리미엄 맥킨리(Mckinley) 시트를, 루비콘 트림은 나파(Nappa) 가죽 버킷 시트를 적용했다. 화학적인 처리를 통해 부드러운 촉감을 만들어내는 나파 가죽은 사실 내구성이 다소 약해 오프로더에서는 선호되지 않았던 사양. 그만큼 랭글러를 타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오프로드 일변도가 아니라 온로드를 포함한 일상 주행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다.




가혹한 경쟁에 대한 냉정한 인식

코어 고객에게 승부


“2023년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 미국의 전국적 노조 파업, 인플레이션 등을 인지했으면서도 그 영향을 다소 낙관적으로 봤다.” 더 뉴 2024 랭글러의 출시 미디어 스피치에서,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제이크 아우만 CEO는 냉정하고 겸허하게 2023년을 돌아봤다.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가격 상승으로 인한 판매 부진 그리고 2023년 말의 대폭 할인과 기존 소비자들의 불만 등의 상황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럼에도 부분 변경을 거친 차량은 가격이 인상됐다. 제조사와 국내 법인 입장에서는 불가피하지만 경쟁력 면에서 유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자들의 질의도 이 부분에 집중됐다.


제이크 아우만 사장은 긍정적 고객 경험의 제고와 이를 통한 입소문 효과를 언급했다. 여기엔 2023년 진행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업그레이드 및 네트워크 확장 등이 더 뉴 2024 랭글러의 상품성과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스포츠 S, 루비콘, 사하라 등 총 3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스포츠 S가 6,970만 원, 사하라 4도어 하드탑 7,890만 원, 파워탑 8,240만 원, 루비콘 2도어 하드탑이 7,640만 원, 루비콘 4도어 하드탑 8,040만 원, 파워탑이 8,390만 원이다. 가격 상승 폭이 컸던 2023년 기준으로도 600만 원 정도가 올랐다. 2022년 11월 대비 2023년 11월까지의 랭글러 누적 판매량이 2,500대 이상 떨어졌다. 그나마 파격적 가격 할인이 있었던 11월에는 40대 이상으로 분전했다.



하지만 랭글러의 코어 고객은 단단해지고 있다.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전반적 상향과 더불어 선호 차종이나 상향의 고급화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모델인 포드의 브롱코 역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들여온 차량들은 큰 재고 부담이 없다. 게다가 이 모델의 고객들은 높은 확률로 출고 즉시 전문 오프로드 튜너에게 맡겨 더욱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하도록 튜닝된다. 그 튜닝 비용은 3,000~4,000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즉 빠져나가지 않고 남은 고객들은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이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볼륨 확대를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제이크 아우만 CEO 역시 2024년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텔란티스 전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역시 키는 지프 그 중에서도 랭글러다. 오른 가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지인들에게 설파할 코어 고객을 잡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고객들이 높아진 가격을 넘어올 만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딜러망과 긴밀한 협업을 언급했는데 여기에는 더 구체적이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2024년 11월, 더 뉴 2024 랭글러의 판매량 앞자리 숫자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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