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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휠로그 Feb 23. 2024

"왜 독일차 안 타고 링컨 타요?" 이 질문에

올 뉴 링컨 노틸러스가 대답한다

독일 브랜드의 절대 우세와 제네시스 및 볼보의 약진. 냉정하게 링컨이 이 구도에 균열을 내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링컨을 찾는 사람들은 존재하며, 그 이유는 매력적인 SUV 라인업일 것이다. 준중형 코세어부터 풀사이즈인 내비게이터까지 촘촘한 라인업에, 일관성 있게 적용된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최소한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 건 부정할 수 없다. 동급에서 가격 대비 크기나 사양의 고급스러움으로 승부할 차도 많지 않다.



이런 링컨 브랜드에 새 피가 수혈됐다. 올 뉴 링컨 노틸러스. 디자인 면에서도 향후 링컨 라인업의 리뉴얼을 선도할 새 디자인이 적용됐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 적용된 48인치 스크린 등 전반적으로 운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링컨 SUV 라인업의 새 식구인 올 뉴 링컨 노틸러스의 장단점을, 시승을 통해 살펴보았다.



조용한 가속력

링컨 2세대 노틸러스의 2.0리터 터보 엔진


우선 오해 소지 한 가지를 정정한다. 국내 출시된 올 뉴 링컨 노틸러스의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2.7리터 터보 엔진의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라인업이다. 다만 전 세대에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으로, 이번 세대교체에서 2.7리터 엔진이 빠지고 2.0리터 라인업만 들어온 것이다.



사정이 어찌 됐든 우려의 여지는 있었다. 휠베이스가 2,900㎜로 늘어나 준대형 체급으로 커진 차를 감당하기에 2.0리터 터보 엔진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었다. 게다가 토크도 38kg∙m(3,000rpm)로 전 세대보다 향상된 것도 아니다. 8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초기 거동과 가속력만을 놓고 보면 아쉬울 부분이 없다. 가속 페달을 그리 깊게 밟지 않아도 속력이 확 오른다. 시승차 차고지 주차장의 오르막길에서 생각보다 차가 ‘확’ 나가는 느낌이 있어 잠깐 놀랐을 정도다. 고속도로나 간선도로 진입로 등 빠른 가속이 필요한 구간에서 불필요하게 페달을 깊이 밟지 않아도 좋다.



변속기를 저단에 잡아 놓고 최대 토크 구간까지 엔진회전수를 빠르게 올리는 타입으로 보인다. 이전 버전의 2.0리터 엔진을 타본 적은 없고, 2.7리터 V6 엔진이던 전 세대 노틸러스보다는 결이 거칠다. 하지만 카울 방음이 워낙 견고하다 보니, 분명 힘을 쓰고 있을 게 분명한 엔진 소리가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다 보니 차의 박진감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고속도로 진입로 등에서 후미 차량에 신경 쓰지 않고 쭉 다려나갈 정도는 된다. 워낙 조용하다보니 고속 주행도 편하게 느껴진다.


북미 기준으로는 2022년식이나 2024년식 2.0리터 모두 복합 연비가 23mpg 즉 9.8km/L로, 차가 무거워졌는데 연비가 그대로니 결과적으로 개선된 연비다. 다만 60km/h 이상에서, 상향 변속 이후 약간의 타력 주행이 가능하다. 이를 잘 살리면 공인 수준의 연비는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승 중의 실연비는 7.5~8.5km/L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도심 주행이 잦은 영향으로 보인다.



드라이브 모드는 일반(컴포트), 컨서브(이코노미), 익사이트(스포츠), 슬리퍼리, 딥 컨디션으로 나뉘며 센터콘솔 좌측 하단의 버튼이나, 이를 눌렀을 때 11.1인치 스크린에서 직접 터치해 선택할 수도 있다.



링컨 특유의 ‘꿀렁꿀렁’ 승차감

노면 충격은 완화 역량은 우수


노틸러스의 승차감과 차체 거동은 부드럽지만 정교하지는 않다. 댐퍼(쇼크 업소버)의 행정거리가 길다.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의 느낌은 부드럽지만 압축된 댐퍼가 이른 시점에 팽창하며 복원되다 보니 차가 높이 솟았다가 내려온다. 물론 충격과 잡음은 최대한 없애다 보니, 트럭 내 고급 옵션 중 하나인 에어시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운동 성능에 플러스가 될 요인은 아니나 장거리 주행 중에는 안락감을 느낄 만하다. 시트의 등받이, 좌판 조절도 세밀하게 가능해 오래 타도 피로하지 않다. 가속, 제동, 선회 시 피칭과 롤은 고루고루 다 있으나, 시트가 등과 허벅지를 잘 잡아 준다.



무엇보다 운전석과 대시보드의 거리가 적당하다. 기자는 평균보다 키가 작은 편인데, 왼발바닥을 풋레스트에 완전히 붙이고 스티어링휠을 최대한 밀면 가슴팍과 스티어링휠의 간격이 충분히 확보된다. 게다가 스티어링휠 디자인이 더블 D컷을 넘어 거의 게임기와 같은 형태라 상하 여유 공간이 더 크다. 조향과 차량 거동의 직결감은 떨어지지만 조작 자체가 부드럽다. 단 주행 모드를 익사이트 모드로 바꾸면 약간 무게감이 더해진다. 독일 브랜드 차종들의 경우 이렇게 해도 이 간격이 협소해 답답하고, 이 공간을 띄우자니 왼발이 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상의 회복을 위한 공간

기대 이상의 48인치 스크린과 인포테인먼트


이 차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48인치 스크린.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뉘며, 클러스터 영역은 스티어링 휠에서, 중앙에서 조수석까지 3개 구역은 11.1인치 터치스크린에서 조정 및 재배치 가능하다. 시계, 트립정보, 미디어 등을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다. 클러스터의 높이가 절묘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으며 밤은 물론 정오의 햇빛 속에서도 우수한 시인성을 발휘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계기반에는 스포츠모드라 할 수 있는 익사이트 모드를 제외하고 엔진회전수나 기어 단수 등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거의 내연기관의 성능이 평준화된 현재, 더 이상 운전자가 운전 중 그런 정보를 봐야 할 필요가 없고, 그렇다면 운전자는 차량 안에서 다른 경험을 해야 할 때라고, 링컨은 말하고 있다.


48인치 스크린의 테마 및 앰비언트 라이트의 컬러는 중앙 터치스크린에서 조절할 수 있다. 그래픽, 조명 등의 완성도가 높고 컨셉트에 충실하다. 특히 스크린 양쪽에서 도어 트림으로 시각적으로 연결되는 패널의 디자인과 발광 패턴은 저녁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은 상위급 차종인 에비에이터보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개인적으론 오히려 에비에이터보다 균형감 면에서 우수하다고 느꼈다. 특히 최근 나온 팝음악 마스터링과 조합이 좋다. 공간감은 과장되지 않고 악기보다도 사람 목소리의 배음이 풍부한 것이 특징. 평소 듣던 메틀 음악보다 메간 더 스탤리온 & 두아 리파의 “Sweetest Pie”, 아리아나 그란데의 “Yes, and” 등 R&B 소울 보컬과 찰떡이다.


링컨의 인테리어 테마는 리쥬브네이트(rejuvenate) 즉 다시 젊게 한다는 의미다. 이동 중에 누릴 수 있는 감각적 만족이 어떻게 일상의 회복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 노틸러스의 인테리어다.



이 차의 인테리어 컬러는 블랙 오닉스와 스모크드 트러플 두 종류인데 시승차량은 후자다. 따뜻한 색감의 가죽이 실내 공간을 더 안락해 보이도록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히터 성능이 강한 차다 보니 살짝 졸릴 뻔했다. 링컨의 히터는 처음에 강하게 작동하고 어느 정도 실내 온도가 내려가면 바람의 온도가 살짝 내려가는 방식이다. 처음에 나오는 바람을 바로 맞으면 피부가 건조해져 ‘리쥬브네이트’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유의.



‘하차감’ 있는 외모

다이아몬드 레드 컬러의 매력


여러 차를 시승하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게 되는 차가 있다. 올 뉴 링컨 노틸러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독일 브랜드나 제네시스는 그렇게 시선을 많이 받진 않는다. 널렸기 때문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링컨은 희소하다. 그런 가운데 외모도 괜찮은 편이다. ‘링컨인 줄은 알겠는데 차 이름이 뭐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수평형 바가 들어간 전면 디자인, 에비에이터보다는 작은데 그 하위 라인업보다는 커서 어떤 차인지를 몰랐던 듯하다.



시승차량의 컬러는 와인색에 가까운 다이아몬드 레드.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조도에 따라 은은하게 다른 색감이 느껴진다. 일체형 후미등, 21인치 휠과 이루는 조화도 멋지다. 루프에서 테일게이트 쪽으로 흐르는 선도 여유롭다. 도어 핸들을 벨트라인 쪽으로 숨겨 ‘옆태’가 더 매끈해졌다.



가격은 7,740만 원. 비싸다는 의견도 많고 그 역시 일리 있다. 넓은 공간감과 디자인, 그리고 48인치 스크린이 주는 야간 주행의 독특한 분위기, 정숙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들 다 타는 브랜드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면 받아들일만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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