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 시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개념의 충돌
어떤 인간이 내 스레드에 와서 이런 글 올려라 마라 개소릴 해서 열 받아서 쓴 글.
SNS라는 공간을 공적이라고 못박았던 논의는 2010년대 초반 SNS가 처음 등장했을 무렵쯤의 논의였다. 2012년인가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쳤던 트위터리안이 받은 규제가 상징적이다.
이후 한국에서도 SNS는 공적 공간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미 '소셜'과 '네트워크'가 붙어 있다는 점에서 사적일 수 없다는 원천봉쇄오류적인 메시지가 버젓이 메이저 신문 사설에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볼 것이 있다. 공적이라는 것이 사적이라는 것의 대립 개념이라고 하면 사적이라는 것부터 재정의해야 한다. 사적이라고 할 때, 흔히 말하는 private이라는 표현은 라틴어에서 단절을 뜻하는 privatus에서 왔다. SNS 공공설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SNS라는 것 자체가 불특정 다수를 통해 전파되는 온라인공간의 것이므로 단절이 있을 수 없다고 본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이 단절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최소한도 이런 논의가 나올 시기, SNS는 '개인화'라는 기능이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페이스북의 대인관계 종류 설정,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읽기 수준 설정 등이 있긴 했지만, 현재처럼 아예 관심사 기반으로 매칭되듯이 누군가의 피드가 또 다른 누군가의 피드에 맥락을 갖고 뜨는 상황은 아니었단 말이다. 즉 SNS라는 공간의 공공성과 사유성은 그 경계가 밀고 밀리면서 유동적인 것이고 양쪽의 정의가 서로 범람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SNS 공공공간설의 과오였다.
사실 누군가의 SNS가 보기 싫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그 사람의 게시물이 보일 때 차단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비슷한 게시물을 따라서 차단해드릴까요, 라며 친절하고 부가적인 제안도 해준다. 이런 선택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게시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격적인 의사 전달을 직접 한다는 건, 서비스가 제공하는 방법을 넘어선 월권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도 아니고 또 선행연구된 부분도 찾을 수 없어서 인용하거나 정의하기가 좀 어렵긴 한데, SNS를 지탱하는 기술적, 인문적 환경이 불과 5~6년 사이에 완전히 변한 것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라 본다. 지금 SNS라는 공간의 공공성은 일종의 착시다. 이 공간은 사유성이 관심사라는 물줄기를 타고 흘러나와 확장된 공간이다.
누군가의 게시물이 자신에게 보인다는 것은 관심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것을 시스템이 인식하게 만들 빌미를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다만 여기서 전제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관심과 호감은 다른 문제다 자기 기준에 더럽고 역하다는 판단을 하고 쫓아다니며 욕하는 행위는, 시스템에서 보면 관심의 표현이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이 싫어하는 종류의 내용을 '공적' 공간에 올렸다며 욕하지만 기실 그는 자기가 지나갔어도될, 어떤 이용자의 확장된 사적 세계로 발을 들인 것이다.
흔히 공공성이라고 하면 도덕, 윤리의 가치를 먼저 전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공공연한가 아닌가가 먼저다. 사상적 윤리적으로 영향을 주고 말고는 별개 문제라는 것이다. SNS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외치는 행위라고 치자. 그럼 외친다고 다 돌아보나?
멘션닷컴이 조사한 바 2024년 기준으로, 인구 5억 8,000만명에 달하는 북미 지역에서 78.8%의 계정이 1만 명 이하의 팔로워를 갖고 있고, 그 속에 24% 정도의 계정은 팔로워가 1,0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비율은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쉽게 말해서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행인 몇 명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사람조차 흔하지 않단 말이다. 그럼 이 사람은 공공에 나와 있지만 그의 공간이 과연 단절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가?
팔로워가 많으며 그야말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지지도, 몰입도를 끌어내는 계정이 아닌 이상, 미칠 수 있는 해악도 거기서 거기다. 인간은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다 가는 줄 알지만, 거개 인간들은 좋은 쪽으로든 아닌 쪽으로든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고 정신병이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불쾌한 컨텐츠는 과감히 차단한다. 욕하지 않는다. 그래야 안 뜨기 때문이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투지라면 어디 한 번 파이팅. 그러나 이미 그 행위가 누군가의 사적 공간을 억지로 공격하는 행위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 상대의 인내가 경계에 달하면 소송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