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이지 않는 소리
최근 한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신차 출시 행사가 있었습니다. 거기 갔다가, 이전에 그 브랜드에서 진행했던 행사 촬영에서 겪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나 정리해둡니다. 이것이 영적 존재였는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제가 살면서 겪었던 가장 이상한 일이었네요.
나는 귀신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있다고 믿는다. 내가 못 봤을 뿐이다. 어릴 적, 나만 못 찾았던 보물찾기의 보물처럼 — 내게 귀신은 그런 존재다.
귀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혹시 이런 게 귀신을 느낀 경험이 아닐까 싶은 순간은 있었다. 공자도 귀신을 형상이 아닌 분위기로 파악했다고 하지 않던가.
2021년 11월, 강원도 홍천. 한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패밀리 투어 데이' 행사가 열렸다. 나는 주행 프로그램의 드론 및 사진 촬영 일부를 맡았다. 촬영 장소는 리조트에서 조금 떨어진 임도였다.
‘산길’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이 임도는 차량 한 대쯤은 다닐 수 있는 너비의 비포장 도로였다. 대부분의 임도는 평소엔 임업 관계자 외에는 진입이 제한된다. 사유지인 경우가 많아 별도의 허가와 비용 지불 절차도 필요하다. 그래서 입구에는 차량 차단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입구에서 1km쯤 들어간 지점에서 영상 촬영자와 함께 대기 중이었다. 라이더들은 여러 팀으로 나뉘어 임도를 지나갔고, 팀 간 간격은 약 30분 정도였다. 흙과 돌로 이뤄진 험로를 주행하는 일은 면허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숙련된 클러치 조작이 요구됐다. 고가의 바이크들이라도 험로 주행에선 한계가 있었다.
덕분에 촬영팀은 쉴 여유가 많았다. 라이더 팀이 접근하면 무전을 받고 준비한 뒤, 전후방 약 100미터 구간에서 촬영하면 됐다. 나는 드론을 띄우고, 영상 촬영자는 짐벌을 들고 바이크 동선을 쫓았다.
대기 장소는 햇볕이 잘 드는 구간이었다. 11월임에도 나무들이 커브길을 둘러싸 안아 바람도 세차게 불지 않았다. 그때 무전이 들렸다.
“영상 감독님만 좀 이동해주세요. 드론 감독님은 거기 있으셔도 됩니다.”
촬영 편집 전반을 맡은 총감독의 지시였다. 영상 촬영자는 진행팀 차량을 타고 다른 구간으로 이동했고, 나는 혼자 남게 됐다. 그렇다고 그 자리가 섬뜩하진 않았다. 인근은 등산로로도 유명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고, 나에게 이것저것 묻는 이도 있었으며, 도시락이나 간식을 건네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럭저럭 지루할 틈은 없었다. 휴대전화는 터지지 않았지만 무전은 잘 들렸다.
오후 조는 2시에 출발 예정이었다. 내가 있는 위치까지 도착하려면 2시 30분쯤일 것이라 예상하며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 숲은 적막했고, 마치 조용한 식당 같았다. 점심시간 때문인지 더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드론 배터리를 점검하던 중, 무전이 왔다. 오후 조가 10분 전에 출발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10분만 기다리면 라이더들이 도착할 터였다. 8분쯤 지났을 때, 멀리서 요란한 엔진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900cc가 넘는 바이크라 소리도 크다. 나는 드론을 띄워 주위를 살폈지만, 바이크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소리는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