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믿음을 요구하는 책
독자를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믿음을 요구하는 책
이게 내가 [더해빙]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있음'에 집중하여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할 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유사한 마인트 셋 도서들은 엄청 많다. 내용이 아주 새롭다거나 큰 인사이트를 주는 책은 아니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나쁠 것이 없었다. 좋은 말들이었다.
다만 내가 읽고 불편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본인들의 주장이 과학적인 것처럼 자꾸 이야기하는데, 그러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어느 블로그 글도 아니고, 사람들이 돈 주고 사는 책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이 책에 대한 좋은 리뷰들은 인터넷에 차고 넘치니까, 나는 왜 이 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는지를 몇 가지만 적어보도록 하겠다.
아참, 그전에... [더해빙] 관련하여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까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95%는 극찬하는 내용이었고 5% 정도가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비판하는 내용을 쓰면 출판사 '수오 서재'에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통지하거나 사이트 운영자에 의해 30일간 게시가 금지되는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이 글도 그렇게 된다면 정말... 그건 참...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더해빙] 열렬한 구독자분들께,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요청드린다. ‘해빙’ 좀 하시면서 편안한 마음 상태를 좀 유지하여 주시라. 책에서 보고 배운 대로 하신다면,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분노하거나 소송 고발하는 일은 하지 않으실 것이다.
첫째. 작가가 신비주의에 싸여있다.
이 책은 이서윤 씨가 직접 쓴 게 아니고 기자 출신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을 옮겨놓은 것이다. 그마저도 있는 그대로를 옮긴 것이 아니라 홍주연 작가의 관점으로 재해석이 된 책이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공저는 아닌 셈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이서윤 씨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솔직히 이해도 안 가고 납득이 잘 안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궁금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유튜브도 찾아봤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이서윤 씨에 명확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이서윤 씨가 직접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이마저도 연출된 상담 장면이었다.)
그러던 중 뉴스 기사를 찾고 찾다가 2013년 즈음에 이서윤 씨가 개설한 이정일운테크연구소란 곳은 찾게 되었다. 그렇다. 그녀의 본명은(예전 이름이라고 해야 하나?) 이정일이었다. 어쨌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글도 많지도 않고 이용자 리뷰도 드문드문했다(1년에 1건?). 그러다 최근 2020년에 들어서면서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그마저도 [더해빙]이라는 책이 판린 부수에 비하면 적었다. 뭔가 내가 기대했던 그런 사이트는 아닌 게 분명했다.
책에서 소개된 그녀의 영향력 정도라면 사회 지도층이나, 유력한 사람이거나, 대단한 사업가와 분명히 연계되어 기사가 나오거나 사진자료들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일체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누굴까. 매번 반복되는 "7세 때부터 할머니에게 사주와 관상 등을 배우기 시작해..."라는 출판사의 판에 박힌 소개 멘트 말고, 공신력 있는 그녀의 외부활동을 소개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연도 수백 차례나 했다는데 왜 직접 강연을 들었다는 사람은 없을까?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도 이서윤 씨를 직접 만났다는 제목으로 영상과 글을 올린 사람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알고 보니 직접 만난 게 아니라, 책을 통해 만났다는 거다... (조회수 올리기 위한 말장난이 좀...) 일단 직접 만나는 영상이나 사진은 아직 못 찾았다.
게다가 직접 저자라 할 수 있는 홍주연 작가도 이 책에서 묘사한 이서윤 씨의 모습을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읽는 내내 아주 ‘용하다는 역술인’이 자꾸 떠오르게 만드는 이유다.
둘째. 구체적인 수치, 명확한 근거가 빈약하거나 없다.
이 책에서는 이서윤 씨가 부자가 된 수만 명의 사람들을 (그것도 아주 아주 어린 나이에!) 과학적으로 조사했다고 나온다. 그런데... 그녀가 직접 조사한 자료는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모든 데이터는 일반 사람들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조사기관들이 해놓은 것들이다. 논문을 쓰거나 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직접 수집한 1차 자료를 정리해서 근거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자료는 없다. 전부 다른 전문기관이 리서치한 자료들을 사용할 뿐이다. 그러면서 그 자료들을 끌어들여서 ‘해빙’의 유효성을 서술한다.
셋째, 실명을 거론한 구체적인 사례가 없다.
책 중간중간에 이서윤 씨에게 상담을 받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전부 이런 식이다. 익명의 어떤 사람이 이서윤 씨를 찾아왔다. 사업의 위기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다. 그러면 이서윤 씨는 몇 년 안에 성공할 테니 현재 스텐스를 유지하라, 혹은 큰 성공을 거두기 전 흔히 일어나는 자금 경색이다... 이런 식의 대답을 한다. 그 말을 믿고 조언을 따라 기다린 사람들이 전부 큰 성공을 거둬서 고맙다며 다시 이서윤 씨를 찾아왔다... 그러니 당신도 해빙을 하라...
이런 사례들을 읽고 온전히 믿어지면 다행인데, 난 아무리 봐도 이게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토록 대단한 은혜를 입은 사업가라면, 자신의 실명을 거론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이서윤 씨의 조언도 뭔가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고 점쟁이의 예언을 듣는 느낌이다. 내가 지금 자기 계발서를 보는 건지, 역술서를 보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물론 실명을 거론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서윤 씨와 직접 만나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받은 사례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성공한 세계 유명 인사들은 전부 이서윤 씨를 만난 적도, 이서윤 씨가 주장하는 해빙이라는 단어도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그들이 잘 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들이 해빙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식이라면... 뭔들 적용 못하겠나.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단순히 ‘해빙을 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아니다(물론 해빙을 알고 했는지도 모르지만). 단순하게 딱 잘라서 성공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마무리.
나는 북 리뷰를 자주 찾아서 본다. 최근 몇 개월간 계속해서 유튜버나 블로그에서 가장 자주 소개되는 책이 [더해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이 책을 극찬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아는 모 유명 여자 유튜버는 이 책을 리뷰하면서 ‘미쳤다’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미사여구를 다 동원하여 이 책을 칭찬했다. 궁금했다. 왜 사람들이 열광할까?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그리고 돈을 아꼈다. 다만 돈보다 더 소중한 나의 시간은 허비했다.
코로나 19와 악화된 경제 여건으로 인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과 우울에 빠져있다.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며 삶이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뭐 그것도 다행이라고 생각은 한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많은 북 튜버들과 출판사들이 악용하여 책을 팔아치운 것은 아닌지 의심은 된다. 부디 그러하지 않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