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와 내뱉을 수 있는 가사

또 한 번 해를 보내요.

by 노아의 독백

각자의 방법으로 다가올 해를 맞이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머물렀던 해를 보내고 계신다면 저 또한 저만의 방법으로 해를 돌아보려 합니다. 이렇게 이번 해의 마지막 독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텅 빈 극장의 하얗게 일그러진 조명을 무대 삼아 또 한 번 무대에 서봤습니다. 기억 속 그리운 사람들과 돌아오지 않을 계절들 그리고 아직도 아쉬운 순간을 관객 삼아 떠들어봅니다. 당신의 좌석은 항상 그렇듯 그 자리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객 여러분,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다가올 한 해를 잘 준비하고 계신가요. 저는 다가올 해를 준비하다 보니 한 해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소홀히 여기고 있네요. 오늘은 여전히 어렵고, 덜 어려울 내일을 생각하다 보니 아팠던 어제를 돌아보지 않은 것 같아요. 오늘은 내일을 핑계로 미뤄둔 어제입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또 내년의 독백이 오면 별거 아니었던 한 해로 치부될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회고하려고 해요.

참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해였습니다. 서울역 승차장 한 중앙에 서, 부단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 가만히 서있는 내가 상상되네요. 익숙한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처음 본 사람들을 보며 인사하고, 웃음을 주고받고 정을 나눴어요. 때로는 쓴웃음과 다소 격양된 말투도 튀어나오곤 했어요. 참 별 것도 아닌데, 아직도 어리숙한 저를 생각하며 텁텁한 입술만 차곤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순간들을 즐기며 애정을 표해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 꽤나 달콤했어요.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대화와 비슷한 취미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참으로 소중해요. 올 한 해 더 많이 느꼈습니다. 사람, 글 그리고 음악을 발판 삼아 더 다가갈 수 있는 상대가 생기고, 이를 발판 삼아 저를 좀 더 열리게 해주는 소소한 눈 맞춤이 저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줬어요. 아, 음악과 정말 더 가까워졌어요.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고독과 독백을 앞으로도 소중히 여길게요.

한 해의 끝에 다 달아서야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어요. 나는 어떤 성격의 사람이고, 어떤 사람임을 추구하고, 무엇을 정말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순간에서 행복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 깊게 슬퍼하는지 그렇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해를 보냈어요. 사회에서 정의한 여러 유형의 검사들과 용어들로 나를 선보이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그 알파벳으로 조합하는 과정에 큰 관심이 가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 복잡하게 꼬인 면발을 삼켜 면 본질의 맛을 느끼고, 국물은 어떤 쟤료로 우려내고, 토핑으로 무엇이 올라갔는지. 먹음직스럽게 플레이팅 된 음식을 먹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사의 한 과정. 올해 제가 추구했던 오늘날의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었어요. 그냥 겉으로 보이는 내가 내 전부임이 아님을 말하고자 했어요. 그렇게 조금 더 나에게 솔직해지는 해를 보냈어요.

Youtube 채널 ‘때때때 TTT’ 중 <결말을 알고도 보고싶은 영화처럼>

그 후에 저는 매일을 고민하고, 매일을 품었던 내년의 '나'를 그려냈어요. 내년에는 어떤 곳에 서있어야 되며, 어떤 발자국을 남겨야 잘 나아가고 있을 건지 커피와 새벽을 빌려 그려냈고, 그렇게 저는 한 발 물러나기로 했어요. 힘찬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제가 선택한 내년의 마음가짐입니다. 다만 내딛을 발걸음은 꾸준히 앞을 향하고 있을 거예요.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걸음의 텀을 늘릴 뿐 나아가는 방향과 목적지는 여전히 같아요. 머물렀던 곳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 생각에 마음이 서서히 붕 뜨고 있지만 처음만큼 마지막도 중요하기에 늘 그랬듯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평균치를 충족시키려 해요. 이렇게 저는 괴롭던 한 해를 놓아주려고 해요. 꽤 묵묵한 한 해였습니다.

Wan 작가님의 <끝까지 간절히, 올바르게 원해야 한다.>

혹시 이 독백을 들어주는 관객 중 올해의 저를 마주했거나 머물렀던 사람이 있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과 다가올 해의 행복을 빌어요. 제가 뱉은 말과 표정에서 작은 상처라도 있었다면 용서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요. 그리고 저와 나눴던 커피와 식사, 아침과 밤을 보냈다면 조금 더 가볍고 맑은 하루를 보내기를 응원해요. 결말을 알고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듯이,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와 내뱉을 수 있는 가사가 떠오르듯이 매 순간 작은 기대와 행복을 느끼며 이를 시작으로 최고의 행복에 도달하는 해를 보내기를 제가 한 번 응원해 볼게요. 저 또한 내년 이 시기에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한 해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어설퍼도 차곡차곡, 모질라도 차근차근 바삐 움직이는 내일을 보내요. 그럼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언제나처럼 노래 하나 남기고 갑니다.

See you soon!

임상아 <뮤지컬> 中

다른 건 필요하지 않아

음악과 춤이 있다면

난 이대로 내가 하고픈 대로 날개를 펴는 거야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내가 돼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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