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예술의 콜라보

생 메리 교회 in Paris

by Autumn

유럽의 대부분의 성당이나 교회는 그 자체가 역사고 예술의 장이라고 볼 수 있으며 도시의 메카이다.

한 도시에서 이름 좀 있다 하는 곳은 적어도 1개 이상 존재하는데 그것들은 둘러볼 가치도 충분하지만 입장료도 없기 때문에 독실한 신자 인냥 하루도 빠짐없이 들르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매우 감탄하며 보던 것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지리멸멸하게 반복되는 클리세를 보는 것처럼 점점 감흥이 없어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화려한 종교적 색채들이 신물이 고일만큼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주눅들 정도로 아름다운 것들은 때론 성냥팔이 소녀 같은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 아래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던 감히 창문을 두드려 볼 생각도 못하고 성냥불에 가난한 몸을 의지해야 했던 가련한 소녀 말이다. 신을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압도적인 화려함은 그 발걸음을 인도하는데 오히려 저어되는 요소는 아닐까? 아니면 불꽃에 몰려드는 부나방처럼 부끄럽고 고단한 자신의 현실과는 상반되는 화려한 성전이 마지막 타오르는 희망같이 느껴질까? 아니 어쩌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편협하게 관련지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런 부질없는 상념에 짜증 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하든 못하든 항상 그곳을 방문한다. 여행객에게 그곳은 뜨거운 햇빛 아래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가게 하고 잠깐이나마 지나치게 들떠 있거나 지친 심신에 평안을 주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휴식이라는 키워드에서 그것들의 가치는 좀 더 클 수밖에 없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여행을 다니면서는 좀 감성적인 사람이 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리고 싶어 지고 특히 몸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지칠 때에는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초를 밝히기도 한다. 그래서 이 특별한 장소들은 처음에는 당연히 화려한 외관에 눈이 홀리지만 더불어 점점 안식을 찾게 되는 그런 장소가 된다.

원래는 그런 장소여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길 읽은 양들을 보듬는 게 종교의 역할 중에 하나니까 말이다.




생 메리 교회 Saint Merri Church


파리에서 처음으로 가게 된 생 메리 교회는 피카소 미술관을 관람하고 퐁피두 센터 근처에서 돌아다니다 자연스럽게 들르게 되었다. 거기에는 예상치 못한 특별함이 있었는데 그 작은 교회 안에 작품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작은 갤러리 같은 느낌인데 처음에는 잘 인식하지 못했다. 교회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더불어 관람하는 사람들도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어색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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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intmerry.org/un-ete-colombien/


천장에 매달려 있는 조형물은 의미하는 바는 잘 모르겠지만 부서진 나무 자제들을 재활용해서 만든 것 같다.

고치 형태로 만든 나무 폐품이 숲 속을 연상시켜 무척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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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aintmerry.org/


생 메리 교회의 사이트를 둘러보니 위 사진과 같은 전시가 지속적으로 기획되는 것 같다. 지역사회에 이런 교회가 있다면 항상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참 부러운 환경이다.


보통 교회나 성당들은 빠지지 않고 종교화도 같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워낙 조각이라던가 화려한 조형미 때문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정도 되는 수준이 아니면 종교화는 눈여겨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생 메리 교회는 얼마 안 되지만 종교화가 아닌 특별한 해석을 내놓는 몇몇 작품을 전시해놓았고 고리타분한 종교화보다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생메리교회04.png Patricia Kinard. Colonne

http://saintmerry.org/patricia-kinard-colonne/


전혀 다른 정방향 4쪽의 검푸른 하늘을 붙여놓은 것 같다.

마음을 깊이 가라앉히고 침잠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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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교회 안 분리된 작은 방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그림 아래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어른과 아이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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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intmerry.org/maxim-kantor-merry-cathedral/


나이 든 자, 병든 자, 죽은 자 그리고 고통에 찬 군중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그런 사람들에게 교회가 가지는 의미를 보여주는 듯한 그림이다. 사람들을 회색빛으로 표현한 건 인간의 태생적인 결핍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런 회색빛 군중에 대비되어 가운데 십자가를 둘러싸인 둥근 원은 푸른색 하늘 배경에 영혼, 평화, 사랑 등의 상징을 품고 있다. 그 와중에 교회 조형물에 빠지지 않는 악마의 형상을 표현한 것도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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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aintmerry.org/


위의 그림들은 교회에서 전시되었던 그림들이다. 직접 봤으면 더 좋았을 것을 파면 팔 수록 이 교회는 정말 흥미로운 곳이다.





한 구석에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쌓아놓은 의자들도 멋진 설치 미술처럼 보였다.







생 메리 교회

Saint Merri Church

76 Rue de la Verrerie, 75004 Paris, 프랑스


2017년 08월 1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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