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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곳 Aug 22. 2023

제가 베트남 교환학생 1호라고요?

첫 베트남 교환학생이 되다.

23살 국문학도 여자의 베트남 1년 살이 프로젝트

세 번째 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이는 곧 교환학생으로 연결되는데, 대학을 들어가기 전부터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벗어나야지 하는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자리가, ‘최초’의 자리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도 가지 않던 베트남 교환학생에 내가 첫 번째로 가게 될 줄 말이다.


내가 재학 중인 한국 대학교는 많은 국가, 다양한 해외 대학들과 교류를 맺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세계의 주요 도시 곳곳에 협정 맺은 대학들이 있다. 그럼 어쩌다 나는 수많은 국가들 중 ‘베트남’ 교환학생을 선택하게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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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너무나 단순했다. 2021년, 영어 공부에 실증을 느낄 무렵,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자는 동기가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다. 최종 선택지에는 중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가 있었다. 언어의 기호부터 어려운 중국어, 러시아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베트남어는 익숙했다. 알파벳과 유사한 기호를 쓰기 때문에 처음 보았을 때 그리 낯설지 않았다. 단순히 ‘읽을 수는 있겠다’라는 생각 하나로 택한 베트남어는, 나를 지금 이곳 베트남까지 이끌었다.


2021년, 교환학생 포기 신청서


베트남어를 선택하고 보니 갈 수 있는 대학이 무려 3개나 되었다. 그 중 한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신청했고, 큰 어려움 없이 붙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무기한 연기’ 가운데 내가 택할 수 있는 건, 교환학생 포기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2021년 베트남 교환학생을 포기했다.


그러나 오랜 꿈이었던 교환학생을 코앞에서 놓친다는 것이 너무 속이 상했다. 결국 나는 오랜 기다림 끝에 2022년 다시 교환학생을 신청했고, 이에 합격해 파견을 올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합격한 대학은, 작년과는 다른 대학으로, 나는 그 학교의 ‘첫' 파견학생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를 좋아한다.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하는 것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교환학생 여정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준비했다.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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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긍정적인 내 마음과는 반대로, 상황은 너무나 부정적인 것들 투성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의 교환학생 여정을 책임져야하는 학교이기에, 베트남 대학과의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내가 직접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커리큘럼, 비자, 기숙사 등 기본적인 교환학생 정보도 내가 직접 물으며 구할 수 밖에 없었다. 베트남 가기 전 직면한 문제들도 충분히 날 힘들게 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더 큰 어려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한국 대학 측의 입장



한국 학교 측에서 약속한 학점 인정을 거부했으며, 나는 듣는 과목의 절반밖에 학점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 등록금에 해외 거주 비용, 생활비, 집세까지 모두 부담하고 온 베트남에서 제대로된 학점인정까지 받을 수 없다니.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중도 포기를 하고 지금이라도 돌아가야하는 것인가, 라는 고민이 계속되었다.





무기력한 삶이 계속되던 중,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기로 말이다. 

나에게는 1년 베트남 비자가 있고, 먹고 살 생활비와 안전한 집이있으며 베트남어를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교환학생이라는 작은 틀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게 보니, 이 순간 자체가 나에게는 특별한 기회라는 것이 와닿았다. 설령 학점 인정을 조금 못받더라도,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부정적인 나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주었다. 그러자 학교에 임하는 마음과 베트남 생활을 꾸려가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한국 학교와도 조급하지 않게 학점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나의 의견을 지지할 수 있는 여러 근거들을 찾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많은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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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첫’ 교환학생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낯선 환경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오직 나 뿐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게 난 우리 학교의 ‘첫' 베트남 교환학생으로 일 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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