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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의 설렘 Aug 30. 2023

내 친구 수노기

어떻게 살아나가면 되는지 몸으로 알려주는




비건이지롱요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서 밥을 해먹고
그림자극 연습을 한다.

얼마나 힘이 들든 간에
밥 해먹는 데에 워리 모두 진심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냈어도
대충 해먹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좀 더 일찍 온 사람들이 자연스레 요리
를 맡고

하나 둘 친구들이 딸랑딸랑 문소리를 내며 들어오고

고소해지고
따뜻해지고
샤각샤각 발에 밟히는 양배추가 늘어날 때쯤

저녁밥이 완성된다.

레츠 냉장고에 있는 투박한 야채들 누군가가 남긴 재료, 친구들이 하나 둘씩 챙겨온 것들만으로 밥이 탄생한다.







재료나 간이 부족해 보여서
언제나 더! 더! 더!! 부족해~ 부족하다구~!! 하고 커리엔 양파라구~!!!!

내가 맡은 동물인 개소장처럼 외치는 나를

워워워

괜찮아

있는 거로만 해도 충분해

그래도 맛은 똑같이 맛있어.

라며 진정시키는 수노기.




그럼 나는 영 찝찝하다는 표정과 불만 어린 말투로 흐음~~~~ 에잉 떼잉 하면서도 수노기 말을 듣는다.

왜냐면 수노기가 한 말 치고 안 맞는 게 잆었거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니...!!!


브들부들  그래도 우쿠렐레는 내가 더 잘 친다!!!!!!

농담이구요. 아무퉌...





수노기에게

항상 수많은 것들을 배워요.



타고난 내가 잘못된 건 지 없음을 상기시키고

길들여진 나를 다독이고 쓰읍! 하는 단호함으로 천천히 이끌어주거든요.

무엇이 평화이고 사랑이고 존중인지

수노기는 자신의 삶에서 그대로 보여줘요.

나의 삶과 가족과 친구들의 삶과 타인간의 삶과 비인간의 삶과 지구의 터져가는 속살을 살리고 진정한 행복을 퍼뜨리기 위해서

온 몸과 마음을 다 해 이들을 돌보고 투쟁하고 도모하고 까르륵 웃고 수다 떨고 요리하고 바느질하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강의하러 가고 그러고 또다시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같이 밥을 해먹으며 삶을 어떻게 살아가면 되는 것인지 몸소 보여주며 알리는 수노기



그런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까요?



직접 이렇게 말하기에 시간이 없어서 그동안 맘 속으로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만나면 서로 놀리듯 장난치다가 으쿠렐레 치다가 수다 떨다가 밥 먹다가 그림자극 연습하느라 매일매일 수노기에게 속으로 감명받느라 바빴거든요.


수노기는 정말이지 용감하고 뚜렷한 진실만을 좇는 영혼이에요.


그런 수노기한테 가끔씩


장난 치는데 진심인 나머지 날카로운 말을 하거나
어제처럼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이 나서 수노기에게 목소리를 크게 낸다거나

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사과를 제대로 못했지만
미안해 상처입거나 화났어? 그런 의도가 아니었고 이런 이런 거였어. 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수노기가 이런 거로 크게 상처받을 사람은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그건 누구에게 상처 줄 시간에 사랑이나 퍼주자는 주의인 제 가치관을 벗어난 제 스스로에게 주의를 시키기 위함이에요.



아무튼 여기까지 쓸게요.

어제 다녀온 치과 영수증 리뷰도 긴말 않겠다고 써놓고 한~참 썼는데

이 글도 쓰다보니 아주 무진장 길어졌구만유.



아무튼 다들 좋은 아침. 굳뜨굳뜨 모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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