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브의 설렘 Feb 10. 2022

2.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하잖아

반백수가 돈을 벌려면?

대전으로 독립하기(이사가기) 이틀 남았다. 내일이면 500만 원이라는 내겐 거금인 돈을 2년치 퇴직금으로 치르고 나면 대략 280만 원이 남는다. 

그럼 내 전재산은 280만 원에 비상금 3백 만 원과 예금으로 묶어둔 2700만 원 정도!

그리고 아주아주 자잘한 현금 ... 


눈에 잡히는 재산은 이 정도이지만

내겐 그것보다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도 일단 최소 생활비를 벌어다줄 주말 물리치료 알바 자리는 나왔으면 좋겠고... ㅋㅋ


하고싶은 것 해야한다고 느끼는 게 많지만 막상 뭐라도 하나 하기가 어렵다.. 

본가에선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먹고 티비 보다가 자겠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앞으로는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선 아무런 판단도 평가도 내리지 않기로 했다.

내가 제일 못하는 거지만 그러기로 했다.

결과를 예측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더는 겁먹고 그러기 싫다.

엊그제 그걸 새삼 실감했다.

사촌동생과 이사할 집 청소 상태를 살피고 밥을 먹고, 본가로 돌아갈 버스를 탔는데 타자마자 잘못 탔다는 걸 알았다. 아오! 

바로 하차벨을 눌렀지만 생각한 것보다 훠얼씬 멀리도 가서 버스가 멈췄다. 

씨발! 욕을 벌컥 뱉었다.

실제로는 그정도로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고 알아차렸지만 이미 욕은 튀어나온 뒤였다.

버스 기사분이 듣고서 본인에게 한 소리인 줄 알고 기분이 상하진 않으셨기를 바라며 

네이버 지도를 켜고 다시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하 이렇게 또 시간을 낭비하는가 하고 짜증이 나려던 것도 잠시

덕분에 1시간 꼴로 한 번 오는 48번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평소엔 이 버스 시간을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운이 좋을 때만 탈 수 있는지라 114번이나 115번 버스르 ㅌ타고 돌아돌아서 가수원에서 한 번 갈아타서 가야하는데 

버스를 잘못 탄 덕분에 한 번에 편하게 갈 수 있게 된 거다.


이렇듯 내 행위의 결과는 알 수가 없다. 실수를 저질렀든 잘못을 했든 사고를 쳤든 생각한 대로 굴러가든 간에 알 수가 없는 게 한 치 앞인데, 내가 퇴사를 하고 뭘 하고 부업을 해보든 뭘 해보든 그 결과를 지금의 나는 절대로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본 적 없는 길로 안내받곤 한다. 그럼 나는 그 길가에 핀 꽃도 구경하고 풀 뜯는 말들도 바라보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경쾌하게 인사하며 걸어가면 되는 거다. 가다가 길을 잘못 들면 잘못 든 게 아니라 이런 길도 볼 수 있게 됐다니! 나는 운이 좋군! 하고 그 경로도 만끽하면 되겠지.


뭐, 뭐가 됐든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

48번 버스를 타는 것도 두 번 꼬아 생각하면 1번 갈아타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 수도 있고 자리가 불편하다고 툴툴거리며 1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두려움과 분노 기쁨 사랑 모두 바깥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그 감정이 생기는 거라는 마음공부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차차 이해가 가는 요즘.


나도 모르는 나의 길을 미리 환영한다. 나는 오늘 하루를 만끽하고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월급 없이 잘 살아보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