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으로 사랑한다는 것

by 이브의 설렘

비폭력대화가 입 안에서 무르익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가 익히 듣는 노래들조차
우리가 익히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써내려간 거라는 게 보인다.

감명 깊게 들었던 곡들을 다시 들어볼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서로의 세밀한 감정과 욕구를 인지하고 표현하고 거기서 풀어져 나오는 강요가 아닌 부탁’을 온전히 이해하는 노래는 많지 않다는 걸 발견해.

하려고는 노력하지.
그런데 그 대신 이런 비명을 지르는 거야.

- 사랑해요. 말하진 않겠지만 나를 알아서 사랑해줘요.
- 당신 때문에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화가 나요. 다른 감정은 잘 모르겠어요. 이유요? 그걸 내가 말해줘야 알아요? 당신이 알아서 알아내야죠.
- 오, 너는 스토커야 미쳤어. 너는 왜 그 모양인지. 널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저리 꺼져!
-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왜 나를 떠나?

라고.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말들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있는 게 보여.

한 편의 시처럼
가사 한 마디에 복잡한 감정과 바람을 다 녹여내야 하고

‘다 말하지 않아도 안에 담긴 내 마음을 알아줘요. 알겠죠? 알겠는데 왜 그렇게 행동해요?’
라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보니

한계가 있는 거겠지.

아니면 그냥 그게 우리가 노래하는 방식인 걸지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작 사랑을 할 때,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분노하고 슬퍼하다가 끝이 나는 건지도 몰라.

우리는 사랑을 할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나와 상대의 감정과 욕구와 바람을 살피려고 하는데

평소엔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익힐 기회가 없다 보니 그게 될 리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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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앞으로 종종 내가 애정하는 노래들을
비폭력대화에서 추구하는 대화 방식으로 풀어서 써볼까 해.

비폭력대화를 더 세밀하게 익히기 위한 훈련이자 놀이로.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는 거지.

요즘 들어 아침과 밤마다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는

이랑의 [삶과 잠과 언니와 나] 로 시작해 봐야지.

처음에 삼십 번쯤 들었을 땐
언니를 잃은 이랑님의 애도하는 마음이 느껴져 들을 때마다 목이 메었고

백 번쯤 듣게 되니
언니와 나눴던 사랑이 묻어나는 가사와 목소리에 빠져들어서 고요한 마음으로 듣고 있는 노래야.

들어보길 추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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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민우가 이 노래를 듣고 이랑님이 퀴어냐고 물어보더라. ㅎㅎ
나야 알 수 없지만, 잠이 든 친언니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노래라고 알려줬는데.
민우 말을 듣고 보니 노래가 또 그렇게 들리더라. 하핫.
아직 완전히 해석은 못해서 일단 가사만 올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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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난 언니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았어
나와 다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부끄러워하는 옷을 입고
내가 부끄러워하는 소리로 웃고
커다란 개와 커다란 차를 타고
내가 어려워하는 길을 앞서 걸으며
언니가 해주려고 했을 말들이 난 궁금해
쓰려 했을 일기와 주려고 했을 다음 생일 선물이 난 궁금해
추려 했던 춤과 들으려 했던 음악
읽으려던 책과 미처 열어보지 못한 중국에서 온 택배

언니 사람들은 언니의 삶이 아깝다고들 말을 해
10년, 20년 뒤였다면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을까
언젠가 내 시간도 그리 귀하지 않은 때가 올까
그때가 되면 무엇도 아까워하지 않고 우린 잠이 들까

삶과 잠과 언니와 언니의 자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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