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일본의 디자인샵인 디앤디파트먼트가 제주에 문을 열었다. 그것도 숙박 시설을 겸하여서.
아라리오 뮤지엄과 협업하여 샵,레스토랑,숙박의 형태가 합쳐진 공간을 열었다. 특히 디앤디파트먼트로서는 최초의 호텔이라고 한다. 롱라이프디자인 이라는 철학을 갖고 지속될 수 있는 디자인 제품들을 발굴하고 전파하는 디앤디파트먼트가 제주에 호텔을 오픈한다고 했을때 궁금한점은 두가지였다. 제주의 정서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가, 그리고 디앤디파트먼트의 디자인 철학은 어떻게 표현될것인가.
부푼 궁금증을 안고 제주 여행 때 가장 먼저 방문해보았다.
사실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는 아직 반일정서가 남아있는데 어떻게 우리나라에 호텔이라는 종합서비스를 계획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로컬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해보고 싶었던 객실은 만실인 관계로 아쉽지만 패스하였다. 객실을 이용하려면 롱라이프디자인 멤버쉽 회비를 내야 한다. 단순 숙박을 넘어 같은 가치에 동참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하기때문에 멤버십을 만든 것 같았다.
숙소 외 내가 경험한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의 공간을 나눠보고자 한다.
전하는 상점, d&department
디앤디파트먼트는 상품을 선정할때 5가지 기준이 있다고 한다. 알기, 사용하기, 되사기, 고치기, 지속하기 다.
상품들은 제주의 장인들이 오랜 시간 만든, 혹은 제주만의 특색과 정통을 재해석한 상품들이 셀렉되어있었다. 그 외에도 세컨핸드 가구나 기존에 판매하던 일본 제품들도 있었다. 각 제품들은 "전하는 가게"라는 취지에 맞게 왜 이 제품을 셀렉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있었다. 선뜻 살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한번 더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지, 내가 소중히 다룰 수 있는 물건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듯 했다.
아쉬웠던 부분은 제주 로컬 제품들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본 제품들도 상당히 많았다. d&d 본래의 철학인 세컨핸드 제품과 기존에 취급하는 제품들 위주로 선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웠던 부분은 협업한 아라리오 회장이 아티스트로 활동한 작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d&d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 남았다.
1층에는 파도식물이라는 식물브랜드의 샵이 있었다. 서울에서 꽤나 매니아층이 있는 식물 브랜드인데 제주도에서도 보게되었다. 전체적인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의 식물 스타일링과 함께 판매를 겸하는 듯하다. 디앤디파트먼트의 러프한 스킴과 자유분방한 파도식물의 식물들은 정말이지 잘어울렸다! 다만 관광객들이 주 일텐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식물을 살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아마 판매는 부 목적이고 주는 공간 내 식물 관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의 식재료와 맛을 알리는 d 식당
d&d 레스토랑은 제주에서 난 식자재로 메뉴 구성이 되어있다. 한식 위주의 메뉴인 것 역시 좀더 로컬화를 지향했기 때문인 듯 했다. 우리는 식사를 한 관계로 카페를 이용하였는데 찻잎은 물론이고 원두까지 지역에서 원두를 받아 사용한다.
d&d의 체험형 쇼룸인 객실과 라운지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의 라운지는 특이하게 2층에 있다. 체크인을 하는 곳인가 싶을 만큼 튀지않는 분위기다. 꼭 호텔에 묵지않아도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
숙박을 하지않아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니 "호텔에 묵는다" 가 아니라 "d&d 매장 안에서 숙박한다"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전형적인 호텔의 디자인이 아닌 d&d의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쇼룸인 셈.
실제로 객실 모든 구성품은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1층 한쪽에서는 디앤디파트먼트와 오랜 시간 같이하는 파트너들의 제품들을 셀렉하여 전시한다. 디앤디파트먼트가 얼마나 세심하게 판매할 제품을 고르고 전하는지 알 수 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재활용품샵의 태생으로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무엇보다 흔들리지않는 고유의 철학, 그리고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하고있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제품을 고루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 가치를 돋보이도록 디자인하고, 또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에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숙박시설부터 샵,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커다란 d&d의 체험공간으로, 롱라이프디자인이라는 철학을 보여줄 수 있도록 얼마나 치밀하게 기획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d&d가 제주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하고 제주의 숨겨져있던 보물같은 제품을 찾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느껴졌지만 "왜 제주를 선택했을까?"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시간이 지남에따라 좀 더 많은 로컬의 질 좋은 상품을 발굴하고, 본래 기획했던 워크샵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점점 더 지역과 상생하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아쉬운 부분은 미완으로 남겨두고, 전반적으로 공간을 다루고 새로운 브랜드 오픈을 준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다. 브랜드와 디자인을 공부하는, 혹은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이 곳을 한번쯤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